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하철 경복궁역 3호선 승강장(사진)에서 한 여성이 쓰러졌는데도 주변 남성들이 ‘미투’ 때문에 돕지 않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주위 남성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성추행했다는 오해를 살까봐 응하지 않았고, 결국 옆에서 지켜보던 여성들이 역무원을 불렀다는 내용이었다. 글쓴이는 “대한민국이 이렇게 각박해졌다는 게 씁쓸하다”고 적었다.

그러자 남성들을 향한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한남(한국남자)은 인성이 빻았다” “한남한테 뭘 바라냐”는 등 거친 내용이 쏟아졌다. 일부 매체가 이 게시글을 기사화하면서 비난은 더 거세졌다.

"미투 때문에…" 또 불거진 인터넷 마녀사냥
하지만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현장에서 여성을 도왔다는 박모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댓글에서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옆에서 같이 있어줬는데 우리만 쓰레기가 됐다”고 했다. 박씨와 함께 여성을 도왔다는 임모씨는 “이러는데 우리나라에서 무슨 착한 일을 하겠느냐”고 한탄했다.

쓰러진 당사자라고 밝힌 심모씨도 남학생이 신고해주고 구급대원이 와 병원에 갈 때까지 같이 있어줬던 건 기억 난다고 거들었다. 그는 “뒷모습을 사진 찍고 글을 올려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게 불쾌하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상 마녀사냥으로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사건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고 있다. 온라인 여론재판으로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한 ‘240번 버스 사건’ ‘채선당 임신부 사건’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 뒤 은근히 즐기는 왜곡된 인터넷 문화에 대한 지적도 잇따른다. 인터넷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경복궁역 사건도 최근 남녀 간 성대결이 격화되면서 사건이 왜곡되고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언론들이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역할을 얼마나 해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