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개막하는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8은 ‘달인’들의 격전장이다. ‘글로벌 표준’으로 도약한 ‘K골프’의 진기명기를 눈앞에서 체험할 호기다. ‘KLPGA 챔피언=월드 챔피언’이란 공식이 굳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회장인 경기 안산시 대부도 아일랜드CC에 집결하는 출전 선수는 모두 명인급 샷 기량을 갖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일랜드 퀸’의 영예는 그러나 단 한 명에게만 돌아간다.

‘파워샷’ 명수 김아림
263야드 날리며 ‘물오른 샷’


“우승은 시간문제다.”

김아림
김아림
요즘 이런 평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김아림이다. 2부투어 챔프 출신인 그는 2016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이래 올 시즌을 가장 화끈하게 달구고 있다. 루키 시절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지난해 최고 성적 3위(팬텀클래식)로 상승 무드에 시동을 걸더니 올해는 고점을 계속 높이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준우승 2회, 3위 1회, 5위 2회 등 ‘톱5’에 다섯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김아림의 강점은 큰 키(175㎝)에서 나오는 ‘사이다 장타’다. 편하게 휘둘러도 270~280야드는 거뜬히 보낸다. 시즌 평균 263야드로 평균 비거리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최근 4개 대회에서 두 번 준우승한 게 자신감이 부쩍 높아진 배경이다. 김아림은 2016년 아일랜드CC에서 열린 삼천리투게더오픈에서도 공동 8위에 오르며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그는 “때가 왔다는 느낌”이라며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잡겠다”고 말했다.

‘똑바로 샷’ 대가 최가람
‘십중팔구’ 페어웨이 안착


최가람
최가람
모든 골퍼의 로망이 똑바로 치는 골프다. 최가람은 국내 투어에서 공을 가장 똑바로 보내는 선수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89%로 1위다. 10개를 때리면 9개가 페어웨이에 얌전히 올라간다. 올해만이 아니다. 2013년 투어 데뷔 이후부터 줄곧 페어웨이 안착률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트러블 해결사’ 이다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승부사


지난해 11위를 한 것을 제외하면 올해까지 주로 1~3위권을 지켰다. 페어웨이에서 편안하게 아이언이나 우드를 잡기 때문에 그린에 공을 올리는 능력(그린 적중률)도 20위(76%)로 출중하다.

이다연
이다연
퍼팅이 많은 게 숙제다. 올 시즌 라운드당 평균 퍼팅 수가 챔피언 후보로는 많은 31.21개를 기록 중이다. 30개 미만이면 챔피언 트로피가 가시권에 들어온다. 그는 “아일랜드CC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두 번 커트 탈락한 아픔이 있다”며 “올해는 톱10을 목표로 이전의 부진을 씻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1승, 올해 1승 등 2년 새 2승을 수확한 이다연은 ‘장타녀’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해결사’에 더 가깝다. 리커버리율이 71.72%로 투어 1위다.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해도 어떤 식으로든 홀에 붙여 파 이상을 잡아낸다는 얘기다.

동시에 그린 적중률(79.6%)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몇번 되지도 않는 실수까지 놓치지 않고 기어코 복원한다는 것이어서 ‘승부욕’과 ‘집중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한다.

이다연은 지난해 9월 팬텀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신고한 이후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커트 탈락을 밥 먹듯 하던 이전과 달리 첫 승 이후에는 톱10 진입은 물론 우승, 준우승을 쉽게 따낸다. 대회마다 단골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이다연은 “올해부터는 시드 걱정을 안 해서 그런지 대회가 편하다”며 “이번 대회도 즐기겠다”고 말했다.

‘퍼팅 달인’ 이승현
感잡은 퍼팅 마술사 ‘버디쇼’


‘이승현에게 물어보라!’

이승현
이승현
투어 프로들에게 동료 중 퍼팅 잘하는 선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이런 답이 나온다. 그만큼 이승현은 동료들도 인정하는 ‘퍼달(퍼팅 달인)’이다. 지난주 끝난 에쓰오일챔피언십에서 사흘간 보기 한 개 없이 버디만 17개를 잡아내 무결점 우승컵을 손에 쥔 게 방증이다. 공에 선을 긋지 않고 감각에 의존해 퍼팅하는 그는 티오프 막판까지 퍼팅 연습에 몰입하는 연습벌레로도 유명하다.

이승현은 “감각이 좋은 날엔 공을 굴려야 할 길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요즘 그런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010년 투어에 데뷔한 이승현은 지금까지 매년 퍼팅 랭킹이 4위 밑으로 내려가본 적이 없다. 2013년엔 평균 퍼팅 1위 자리를 꿰찼고, 올해도 3위를 달리고 있다. 21일 개막하는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도 이승현의 마법 같은 퍼팅 기술을 엿볼 수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장타 퀸'이냐 '퍼팅 달인'이냐… 창과 방패의 '필살기大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