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국내 '큰손' 글로벌 의료시장에 꽂혔다
마켓인사이트 6월10일 오후 3시10분

국민연금은 최근 캐나다 치과 프랜차이즈 업체인 덴털코프에 약 1000억원을 투자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L캐터톤과 공동투자 방식을 통해서다. 교직원공제회도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과 함께 카리브해 도서 국가 그레나다에 있는 북미 의사 양성 학교 세인트조지대에 700만달러(약 75억원)가량을 투자했다.

국내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글로벌 의료 시장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로 헬스케어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사모주식(PE) 투자가 위축되고 있지만 헬스케어산업 등에는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형 사모펀드들과의 공동 투자 방식이 대부분이어서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한국 자본의 전문성과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덴털코프는 캐나다 전역 250개 치과 병원을 직접 소유하거나 파트너십을 맺은 일종의 프랜차이즈 업체다. 병원 경영과 관련된 일체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의사들은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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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털코프는 최근 L캐터톤으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이 거래에 L캐터톤 펀드와 같은 조건으로 참여했다. 국민연금은 2016년 말 L캐터톤이 조성한 25억달러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조성하는 펀드)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국민연금 같은 대형 기관투자가에 펀드 출자와 별도로 공동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블라인드 펀드에 출자한 큰손들에 대한 일종의 서비스다. 공동투자에 참여하면 운용 수수료나 성과 수수료 없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방식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교직원공제회 정도의 큰손이 아니면 공동투자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초에도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공동투자 방식으로 미국의 병원 의료진 아웃소싱업체 팀헬스에 3억달러(약 3200억원)를 투자했다.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회사인 팀헬스는 미국 전역에 있는 중소형 병원에 응급, 마취, 외래, 입원 행정 등 분야에 특화된 의료진과 전문가를 파견해주는 업체다. 블랙스톤이 61억달러(약 6조5000억원·부채를 포함한 총기업가치 기준)를 주고 인수한 이 회사 지분 100% 중 약 10%를 국민연금이 사들였다.

교직원공제회가 칼라일과 함께 투자한 세인트조지대는 북미 최대의 의료진 양성 학교다. 단일 학교 기준으로 가장 많은 의사를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졸업생들의 미국 의사 시험 합격률은 94%에 달한다. 올해 초 칼라일이 투자한 뒤 아시아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보험사 등도 글로벌 의료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와 동부증권은 최근 마이크로네시아 지역의 최대 민간 병원인 괌리저널메디컬시티(GRMC)의 리파이낸싱(차환) 거래에 참여해 부동산 선순위 담보대출에 1억2500만달러(약 1340억원)를 투자했다. 사들인 대출채권을 동부화재 등 보험사에 재판매(셀다운)할 계획이다.

LS그룹 계열사인 예스코도 이 병원의 매출 채권 담보 대출에 3000만달러(약 32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집행했다. 미국계 투자자문사인 파이캐피털이 거래를 주관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