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0일 2% 가까이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1조원 넘게 동반 순매도했다. 이탈리아 정치 불안과 미·중 무역분쟁 재부각에 외국인과 기관이 먼저 몸을 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 장중 한때 2400 무너져… 외국인·기관, 1조 이상 '투매'
코스피지수는 이날 48.22포인트(1.96%) 내린 2409.03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6905억원, 기관은 406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이 1조15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장중 2%가 넘던 낙폭이 다소 줄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으로 시작된 유럽 금융시장 불안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며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재점화하며 투자 심리를 흔들었다”고 분석했다. 전날 미국 백악관은 연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또 다음달 30일까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규제안을 내놓기로 해 봉합되는 듯하던 무역분쟁 이슈가 다시 부각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은행과 증권주의 낙폭이 컸다. KB금융은 4.03%,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3.24% 내렸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손실 위험이 커진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은행주가 모두 크게 떨어졌다. 국내외 증시 하락에 NH투자증권(-5.92%) 유안타증권(-5.36%) 유진투자증권(-4.18%) 키움증권(-3.54%) 등 증권주도 흔들렸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제로 이탈리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탈퇴할 가능성은 낮지만, 조기 총선 등으로 이탈리아 정치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록딜(주식 대량매매) 이슈에 삼성전자가 3.51% 내린 가운데 남북경협주와 엔터테인먼트주 정도만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남북경협주인 대호에이엘(29.84%) 부산산업(16.71%) 현대엘리베이터(12.66%) 계룡건설(10.36%) 등은 10% 넘게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선 방탄소년단 테마주인 키이스트(29.97%) 소리바다(29.95%) 아이리버(7.70%) 등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바이오주와 게임주도 동반 상승하며 코스닥지수는 4.14포인트(0.48%) 오른 874.22에 마감했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2400선 초반은 박스권 하단이라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요인이 많아 위로 치고 올라가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