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제 장관들은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3% 경제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시행한 긴급 설문에서 총 10명 중 5명이 “3% 성장이 불투명하다”고 답했고 3명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2명은 답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3% 성장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견은 전무했다.

"올 3% 성장 쉽지 않다… 내년 아주 어려운 상황 올 수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경제부처 수장들이 국내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더 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 정책을 이끌었던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대로 가면 올해 말이나 내년에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노무현 정부 초대 건설교통부 수장이었던 최종찬 전 장관도 “수출이 줄고 고용이 부진한 만큼 현재 경기는 안 좋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성장을 저해하는 정책 방향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도 3% 성장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신 전 위원장은 “정책 집행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 자체가 성장 지속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숫자에 얽매이는 것보다 고용에 신경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3% 성장 가능성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 전 장관들도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단기적으로 3% 성장이 달성 가능할지 몰라도 이를 장기 유지할 산업 경쟁력이나 경제 기반이 취약하다는 우려가 많았다.

김대중 정부 1, 2대 부총리를 맡았던 진념·전윤철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 같은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진 전 부총리는 “돈을 부어서 3% 성장을 할 수 있겠지만 이게 지속 가능하겠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전 전 부총리도 “3% 성장에 연연하기보다는 경제·산업 정책이 21세기 산업구조에 맞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과감한 산업 혁신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3% 성장한다고 해도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고 세계 경제 성장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잠재성장률이 하락하지 않도록 경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글로벌 경제 지표 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