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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자 칼럼] 분양대행업을 사라지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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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전문기자 칼럼] 분양대행업을 사라지게 할 건가
    부동산 분양대행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무등록 업체의 대행업무 금지 조치’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시행사들은 앞으로 신규 아파트 등을 분양할 때 ‘무등록 분양대행업체’를 활용하지 말라는 게 요지다. 분양대행업계는 멀쩡한 전문업종이 졸지에 집단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가 내세운 경고에 업계의 사활을 가르는 ‘황당한 단서’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시행업계도 분양을 앞둔 현장에 대한 대책 마련이 난감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26일 지방자치단체,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에 ‘무등록 분양대행업체, 분양대행 업무 금지’ 공문을 보냈다. 건설업 등록 사업자가 아니면 ‘분양대행 업무 용역’을 할 수 없게 하고, 어기면 최대 6개월 등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주택 청약 관련 업무는 주택공급규칙(제50조 제4항)에 따라 시행사(사업 주체)가 직접 수행하거나 건설사가 대행할 수 있다.

    분양대행 위해 건설사 차려라?

    이 규칙에 따르면 현재 전국 대부분의 분양대행업체들은 ‘무등록·무자격 업체’로 전락한다. 건설업 면허를 가진 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 면허를 내려면 자본금 5억원, 5인 이상 기술자 고용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분양대행사가 건설업 면허를 받으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분양대행업이 건설업을 할 수 있는 업종으로 규정되지 않아서다.

    국토부는 2008년 제정한 청약 업무 관련 주택공급규칙을 통해 건설사가 분양대행 용역을 맡도록 했다. 안정적 청약·계약 업무 수행과 분양 비리 감소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과연 그럴까. 건설사는 분양대행이 본업이 아니어서 오히려 분양대행 용역의 기대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분양대행업계는 청약·계약 업무는 물론 판촉 활동, 컨설팅 등을 수행하는 전문업역이다.

    이번 혼란에는 국토부의 관리 부실이 지적된다. 규칙 제정 이후 관련 실행 점검을 해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분양대행업계 역시 관련 규정의 존재 자체를 인식할 수 없었다. 그러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청약 업무 관련 비리가 발생하자 부랴부랴 관련 규칙을 챙겨 분양대행업계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업종 신설, 활성화해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는 전문화된 부동산 마케팅·컨설팅업계가 탄탄하게 존재한다. 시행업계와 마케팅업계가 업역을 인정하면서 공존해오고 있다. 선진국은 분양 방식(선분양·후분양 등)도 시행사가 자율 선택한다. 분양대행도 시행사가 각자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 분양업계의 전문성 확보도 민간 자율로 해결한다. 협회·단체들이 다양한 ‘민간자격사제도’를 운영한다. 별도 시험과 교육 등을 통해 전문 자격사를 배출한다. 변호사, 법무사, 회계업계, 금융업계 등과의 협업도 일상화됐다.

    국토부는 이번 기회에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업종을 신설하고 전문화·활성화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분양대행업계는 1990년대 이후 시행업계와 함께 빠른 성장을 해왔다. 전국에 3000여 개사, 8만여 명이 종사하는 ‘전문업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문교육 과정을 통한 자격사 배출 시스템을 갖출 경우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반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업종 신설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비합리적 규칙 이행을 강압할 경우 ‘갑질 행정’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부동산산업 선진화 차원에서도 분양대행업계 업종 신설과 전문화는 시급하다.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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