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131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시의회가 추진하는 ‘노숙자 대책 세금’에 반대하는 공개 서한을 전달했다. 시의회는 노숙자 증가와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에 근로자 한 명당 1시간에 26센트의 노숙자 대책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오는 14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들 기업은 “도시의 성장을 저해하는 세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애틀에서 너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거나 성장에 기여하면 벌을 받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뿐”이라는 것이다.

131개 기업이 시의회에 반대 서한을 보낸 건 지난 8일이다. 익스피디아, 알래스카항공, 페이스케일 등이 참여했다.

지역경제 호황으로 주거료와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노숙자 주거 문제가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시애틀시가 노숙자 대책 세금을 추진하는 데 따른 것이다.

과세 방안이 확정되면 기업은 직원 한 명당 연간 540달러(약 58만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한다. 시애틀시는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585개 기업에서 연간 7500만달러(약 8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시는 이 돈을 노숙자 지원과 주택건설 등에 쓸 계획이다.

하지만 CEO들은 반대 서한에서 “(과세가 확정되면)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거나 도시를 떠나는 걸 부추길 수 있다”며 “도시 경제가 침체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애틀의 대표 기업 아마존과 스타벅스는 CEO가 반대 서한에 서명하진 않았지만 과세에 반대하고 있다. 새 법안이 통과되면 아마존은 매년 2000만~3000만달러의 세금을 시에 납부해야 한다. 아마존은 시의회의 세금 부과 결정에 맞서 시애틀에 짓고 있던 17층짜리 복합 오피스빌딩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시애틀 빌딩을 대체하기 위해 다른 도시에 있는 빌딩을 임차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애틀 상공회의소는 “7000개의 신규 일자리와 연간 9억8800만달러의 임금을 가져다줄 (아마존의) 이 건물이 시애틀을 떠나면 아마존에 납품하는 사업체 직원까지 수억달러 이상의 손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마존은 시애틀 지역에서만 4만5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시애틀 경제 붐을 일으킨 1등 공신이지만 한편에선 지역 집값을 폭등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타벅스도 CNN을 통해 “세금을 무작정 인상해 무주택자에게 돈을 주기보다는 시정부와 국가가 전문가를 통해 개혁 방안을 연구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