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재 김정남 씨 가족. 김경래 대표 제공
임승재 김정남 씨 가족. 김경래 대표 제공
임승재·김정남 씨 가족이 시골서 맞는 두 번째 봄이다. 첫 해는 그토록 바라던 시골로 이사 온 것이 마냥 좋아 꽃노래만 부르며 보냈다. 사실 뭘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다 일 년이 후딱 가버렸다.

지난 겨울은 유독 추웠다. 영하 28도, 뉴스에서나 듣던 그 겨울을 났다.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춥고 긴 겨울을 집안에서만 보내다 보니 살도 많이 찌고 갑갑해 우울증이 걸릴 것만 같았다. 그러다 맞은 두 번째 봄이다.

한 해를 나 보니 시골서는 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 년 살 준비를 봄에 다 해야 한다. 그래서 마을 어르신이 안 쓰는 밭도 빌려 농사에 도전했다. 농부 흉내를 내지만 서툴지 않은 것이 없다. 이러다 마을 사람들 웃음거리나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부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대부분 서울서 생활했다. 재작년 여름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치악산자락의 성황림마을로 이사 왔다. 시골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나이 들어 여유 있는 은퇴생활을 위해 택한 귀촌도 아니다. 바쁜 도시에서 벗어나 좀 더 조용한 삶을 살고 싶었다.

주변에서 다들 무모하다 걱정했지만 부부는 여우같이 영악했다. 한 방에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도시에서는 늘 바빴다. 광고대행사를 다니며 밤낮도 휴일도 없이 일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했지만 바쁜 일상은 늘 스트레스였다. 서울을 탈출하고 싶었다. 아직 한창 일할 젊은 나이에 시골로 간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안했다. 마흔을 갓 넘긴 젊은 부부는 용감하게 일을 저질렀다.
김경래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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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면 쉽게 결정한 시골행처럼 보이지만 부부는 고민도 많이 했고 준비하는 시간도 길었다. 전원생활이 좋다고 무작정 시골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집도 있어야 하고 먹고 사는 것도 준비해야 했다. 그렇다고 농사짓는 것은 자신이 없었고 생각도 안 했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교육도 받고 인터넷서 정보를 찾고 책도 사 읽었다. 현명한 답은 없었다. 어차피 생각한 것, 해 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용기를 냈다.

우선 살 집이 있어야 했고 먹고 사는 방법도 찾아야 했다. 결론은 살림집으로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최선이었고, 결국 내 집에서 펜션이나 카페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좁혀졌다.

문제는 살림집도 해결되면서 펜션, 카페 등을 하려다 보니 투자비가 만만찮았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여유자금으로는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런 고민으로 찾아다니다 현재의 집을 만났다. 치악산 상원사 입구 성황림마을에 있는 집인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성황림이 있어 붙여진 마을이름이다. 바로 그 천연기념물 숲이 마당이고 정원이다.
한쪽은 카페 겸 민박이고 안쪽은 주택이다. 김경래 대표 제공
한쪽은 카페 겸 민박이고 안쪽은 주택이다. 김경래 대표 제공
500㎡(약 150평)이 채 안 되지만, 도로를 따라 길게 돼 있어 넓어 보이는 터에 200㎡(약 60평) 크기의 집이다. 일부는 주택이고 일부는 일반음식점허가가 나 있었다. 지은 지 오래된 집이라 단열이나 설비 등 보완할 것이 많았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거기에 치악산 상원사 마을로 천연기념물 숲이 있어 관광객들이 제법 찾는 곳이라 잘만 하면 먹고사는 것도 해결할 수 있겠다 싶어 매입해 ‘빨간지붕’이란 간판을 달았다.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먹고 사는 문제가 늘 조바심을 치게 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안정적인 수입이 없다. 예전 직장에 일을 맡아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전 같지 않다. 이런 걱정 때문에 사는 집으로 민박도 치고 작은 카페를 차려 영업도 하지만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손님은 차츰 늘어 주말에는 제법 붐빈다.

김경래 대표 제공
김경래 대표 제공
그 과정에서 이웃들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친 관심과 간섭이 부담될 때도 있었다. 새벽녘부터 대문은 물론 현관문까지 열고 들어오는 이웃들 때문에 많이 놀랐고 문화충격도 컸다. 지금이야 관심이고 인심이라 치부하며 태연해 하지만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사 온 후 마을 사람들도 많이 사귀고 집과 마당도 이곳저곳 손수 고쳤다. 이젠 제법 전원생활 프로티가 난다.

주방에서는 아내 김정남씨가 요리를 하고 마당에서는 남편 임승재 씨가 텃밭을 가꾼다. 여덟 살 여섯 살 어린 남매는 숲으로 흙으로 곤충과 동식물을 찾아 숨바꼭질을 한다. 그 모습 그대로 커피를 내리고 요리해 손님을 맞는다.

소박한 시골카페와 민박집 ‘빨간지붕’의 하루다. 그 모습이 오월의 수풀만큼이나 싱그럽다.

[문] 시골에서 카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허가를 받으면 커피와 음식을 조리해 팔 수 있습니다. 일반음식점 영업허가를 받으려면 건물이 2종근린생활시설이라야 합니다. 신축을 하려면 건축신고(허가)를 할 2종근린생활시설로 하면 되고 만약 기존의 주택이라면 용도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토지에나 2종근린생활시설로 건축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 아무 주택이나 2종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문] 단독주택 일부를 카페로 할 수 있나요?

[답] 가능합니다. 단독주택 일부 공간을 2종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한 후 일반음식점허가를 받으면 됩니다. 다만 주택 정화조는 용량이 큰 영업용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글=김경래 OK시골 대표
정리=집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