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중국에 치인 LG디스플레이, 리스크 안고 OLED로 승부보나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업계의 저가 LCD 패널 공세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확대를 고심중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10.5세대 LCD 생산라인으로 구축할 예정이던 경기 파주 P10 공장을 OLED 생산라인으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LCD 생산라인으로 조성해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하다 OLED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처음부터 OLED 생산라인으로 구축해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10.5세대 유리기판을 사용하면 하나의 판에서 65인치 패널 8개 또는 75인치 패널 6개가 생산된다. 두 패널을 섞어 생산할 경우 유리기판 하나에서 75인치 패널 3개와 65인치 패널 4개를 동시에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 8.5세대 라인에서는 유리기판 하나에서 65인치 패널 3개를 생산할 수 있었다. 대형 OLED TV 패널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셈이다.

계획 변경이 쉬운 일은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일부 장비업체에 LCD 장비 구매요청서 등을 보낸 상태이기에 주문을 바꾸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LG디스플레이가 10.5세대 양산 기술은 확보했지만, 적용하는 것은 세계 최초이기에 과거 8.5세대 OLED를 운영하며 겪은 것과 같이 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또 OLED 생산공정은 LCD보다 투자비가 많이 필요하기에 투자금액 자체를 늘리지 않는 이상 생산능력이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게 된다.

그럼에도 LG디스플레이가 OLED 투자를 검토하는 것은 LCD 패널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탓이다. 중국 LCD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저가 공세를 벌이는 탓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LG디스플레이의 LCD 패널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중국발 LCD 공급과잉 여파로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98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6년 만에 적자를 낸 것인데, 증권가에서는 2분기에도 1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OE, 차이나스타 등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105세대 LCD 패널 공장 가동을 시작했거나 조성하고 있어 65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에도 공급과잉이 벌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적자가 이어지면 자연스레 투자 여력은 줄어들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올해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 투자액은 전년 대비 75% 급감할 전망이다. 전체 투자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2%에서 올해 12%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투자 여력이 있을 때 경쟁력 있는 설비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국과 중국의 OLED 패널 기술 격차는 5년 정도로 평가된다. 또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75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은 2018년 175만6700대 규모에서 2022년 506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형 OLED 패널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기술 격차를 유지하며 생산량을 늘리면 OLED TV 시장 성장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 점유율이 40%를 상회하고 있고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OLED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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