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채굴 전용 칩 등장… 반도체 업계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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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채굴업체 비트메인
특화된 반도체 칩 개발 성공
기존 GPU보다 10배 빨라
GPU 매출의 20% 달하는
AMD·엔비디아 실적 하락 전망
美 증권가, 목표가 하향 조정
전용칩 생산하려면 파운드리 필요
미세화 공정갖춘 삼성·TSMC 수혜
특화된 반도체 칩 개발 성공
기존 GPU보다 10배 빨라
GPU 매출의 20% 달하는
AMD·엔비디아 실적 하락 전망
美 증권가, 목표가 하향 조정
전용칩 생산하려면 파운드리 필요
미세화 공정갖춘 삼성·TSMC 수혜
세계 최대 가상화폐 채굴업체 비트메인은 최근 이더리움 채굴을 위한 주문자특화반도체(ASIC)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가상화폐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르면 6월, 늦어도 9월부터 전용 ASIC가 판매되기 시작하면 이더리움의 시가총액이 연내에 비트코인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잇따랐다. 반도체업계도 뉴스에 주목했다. 어떤 반도체를 제조하느냐에 따라 업체별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GPU 지고, ASIC 뜨고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들은 2013년부터 전용 ASIC를 통해 채굴작업을 해왔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적은 전력으로 훨씬 빠르게 채굴할 수 있어서다. 비트코인에 이어 두 번째로 시가총액 규모가 큰 이더리움은 지금까지 ‘ASIC 무풍지대’로 여겨져왔다. 이더리움 발명자 비탈릭 부테린이 ASIC 사용을 막기 위한 장치를 곳곳에 도입했기 때문이다. 전문 채굴업자가 지나치게 많은 이더리움을 소유해 전체 가치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비트메인은 이 같은 장애물을 우회하는 ASIC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GPU와 비교해 같은 시간에 열 배 더 많은 이더리움을 채굴할 수 있다. 부테린도 최근 “전용 ASIC의 등장은 전체 이더리움 시장의 규모를 키운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했다. ASIC를 막기 위한 추가 장치 도입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당장 타격을 입는 곳은 지금까지 이더리움 채굴에 사용된 GPU를 공급하는 업체들이다. 이명영 SK하이닉스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실적발표회에서 “이더리움용 ASIC 출시로 하반기에는 GPU 수요가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곳은 AMD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의 20% 정도가 이더리움 채굴용 GPU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이보다 의존도가 낮지만 실적 하락은 불가피하다. 미국 일부 증권사는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계산 복잡한 반도체업체들
지난해 5월 출범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TSMC의 실적에는 긍정적이다. 비트메인은 자체 반도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다. 본격적으로 이더리움용 ASIC를 생산하려면 파운드리업체의 손을 빌려야 한다. 가상화폐 채굴용 ASIC를 제조하려면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대의 높은 미세화 공정이 필요하다. 이 같은 파운드리 설비를 갖춘 곳은 삼성전자와 TSMC밖에 없다. 이더리움 ASIC 판매가 늘어나면 실적이 호전되는 구조인 것이다.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업체에는 ‘악재 반, 호재 반’이다. GPU 관련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줄지만 이를 이더리움 ASIC가 상쇄할 것으로 분석돼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트메인의 이더리움 ASIC 채굴기 하나에는 576기가바이트(GB)의 D램이 들어간다. 이더리움 채굴기를 공급하기 위해 초기에만 웨이퍼 기준 월 3000장의 D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더리움 ASIC가 출시되더라도 채굴 성능은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와 비교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알고리즘을 풀면 얼마든지 채굴할 수 있는 다른 화폐와 달리 이더리움은 개별 소유자의 이더리움 소유량을 기준으로 채굴할 수 있는 양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싼 ASIC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GPU 수요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GPU 지고, ASIC 뜨고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들은 2013년부터 전용 ASIC를 통해 채굴작업을 해왔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적은 전력으로 훨씬 빠르게 채굴할 수 있어서다. 비트코인에 이어 두 번째로 시가총액 규모가 큰 이더리움은 지금까지 ‘ASIC 무풍지대’로 여겨져왔다. 이더리움 발명자 비탈릭 부테린이 ASIC 사용을 막기 위한 장치를 곳곳에 도입했기 때문이다. 전문 채굴업자가 지나치게 많은 이더리움을 소유해 전체 가치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비트메인은 이 같은 장애물을 우회하는 ASIC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GPU와 비교해 같은 시간에 열 배 더 많은 이더리움을 채굴할 수 있다. 부테린도 최근 “전용 ASIC의 등장은 전체 이더리움 시장의 규모를 키운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했다. ASIC를 막기 위한 추가 장치 도입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당장 타격을 입는 곳은 지금까지 이더리움 채굴에 사용된 GPU를 공급하는 업체들이다. 이명영 SK하이닉스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실적발표회에서 “이더리움용 ASIC 출시로 하반기에는 GPU 수요가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곳은 AMD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의 20% 정도가 이더리움 채굴용 GPU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이보다 의존도가 낮지만 실적 하락은 불가피하다. 미국 일부 증권사는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계산 복잡한 반도체업체들
지난해 5월 출범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TSMC의 실적에는 긍정적이다. 비트메인은 자체 반도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다. 본격적으로 이더리움용 ASIC를 생산하려면 파운드리업체의 손을 빌려야 한다. 가상화폐 채굴용 ASIC를 제조하려면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대의 높은 미세화 공정이 필요하다. 이 같은 파운드리 설비를 갖춘 곳은 삼성전자와 TSMC밖에 없다. 이더리움 ASIC 판매가 늘어나면 실적이 호전되는 구조인 것이다.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업체에는 ‘악재 반, 호재 반’이다. GPU 관련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줄지만 이를 이더리움 ASIC가 상쇄할 것으로 분석돼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트메인의 이더리움 ASIC 채굴기 하나에는 576기가바이트(GB)의 D램이 들어간다. 이더리움 채굴기를 공급하기 위해 초기에만 웨이퍼 기준 월 3000장의 D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더리움 ASIC가 출시되더라도 채굴 성능은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와 비교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알고리즘을 풀면 얼마든지 채굴할 수 있는 다른 화폐와 달리 이더리움은 개별 소유자의 이더리움 소유량을 기준으로 채굴할 수 있는 양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싼 ASIC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GPU 수요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