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을 찾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민 전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을 찾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민 전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컵을 던져 물이 튀게 했다는 이른바 '갑질 논란' 이후 휴가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달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업체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언성을 높였다.

조 전무는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대한항공 영국편 광고 캠페인에 대한 질문을 했고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화를 억누르지 못해 유리병에 든 음료를 던진 데 이어 물이 든 컵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가 모 광고대행사와 회의 중 음료수가 아닌 유리컵을 던졌다는 글이 게재됐다. 현재 이 게시글을 사라졌다. 당시 게재된 게시글 캡처.
모바일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가 모 광고대행사와 회의 중 음료수가 아닌 유리컵을 던졌다는 글이 게재됐다. 현재 이 게시글을 사라졌다. 당시 게재된 게시글 캡처.
일각에서는 조 전무가 피해자인 팀장에게 음료수를 던진 뒤 깨지지 않아 분이 풀리지 않자 옆에 있던 물컵을 들어 얼굴에 물을 뿌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에서는 '얼굴에 물을 뿌리는 행위'가 없었다고 즉각 해명했다.

대한항공 측은 "광고대행사와 회의 중 언성이 높아졌고, 물이 든 컵을 회의실 바닥으로 던지면서 물이 튄 것은 사실이나 직원 얼굴을 향해 뿌렸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조 전무가 회의에 참석한 광고대행사 직원들에 개별적으로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대한항공 측이 조 전무의 행위를 사람이 아닌 회의실 바닥으로 던진 것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얼굴에 물을 끼얹는 장면 (드라마 '시크릿 가든' 중)
얼굴에 물을 끼얹는 장면 (드라마 '시크릿 가든' 중)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컵에 든 물을 얼굴을 향해 끼얹는 행위 만으로도 폭행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폭행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형법상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한다"라고 규정(형법 제260조 제1항)되어 있지만, 폭행의 범위는 학설과 판례에 의하여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인철 변호사는 "컵의 물을 얼굴에 끼얹는 행위는 폭행죄가 될 수 있다"면서 "사람에게 직접 폭행을 가하지 않아도 물건을 사람 방향으로 던지면 폭행이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물을 뿌리는 것 외에 침을 뱉는것도 유형력 행사로 폭행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대한항공 측은 조 전무의 물컵 사태가 폭행죄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발빠른 해명을 내놓은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조 전무는 논란이 거세지자 SNS 계정을 통해 "어리석고 경솔한 행동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당시 사과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고 사과했다.

조현민 전무의 공식 사과는 과거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때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 조 전무는 언니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할 즈음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조 전무의 메시지 내용이 담긴 수사기록을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조 전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날이 언니가 검찰에 출석하는 날이었는데 우연히 인터넷 기사 댓글을 보다가 어느 분이 너무나 극악한 내용을 올렸기에 잠시 복수심이 일어 속마음을 언니에게 보낸 것이었다"며 "그러나 곧 후회했다"고 해명했다.

'갑질 논란'을 사과한 조 전무는 현재 휴가를 내고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조현민 전무의 갑질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대한항공 사명과 로고를 변경해 달라' 등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