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에서 확인된 휘문의숙의 공금 횡령 의혹 개요. / 출처=서울교육청
감사에서 확인된 휘문의숙의 공금 횡령 의혹 개요. / 출처=서울교육청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강남 소재 명문사학 휘문고(자율형사립고) 재단의 공금 38억원 횡령 등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

23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법인 휘문의숙 명예이사장은 2011~2017년 6년간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학교 체육관 및 운동장을 한 교회에 예배장소로 빌려줬다. 명예이사장은 이 교회에게 사용료 외에 학교발전 명목 기탁금을 받는 방법으로 총 38억2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교회로부터 받은 돈은 법인·학교회계에 편입시키지 않고 현금과 수표로 전액 인출한 뒤 명예이사장에게 전해졌다. 기탁금을 받기 위해 5번에 걸쳐 신규 개설한 계좌는 금액 인출 후 곧바로 해지하는 방법을 썼다. 증거를 인멸해 비위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것이다.

착복의 대가로 교회에게 체육관과 운동장을 임대해준 탓에 휘문고 야구부·농구부 학생들은 경기도 남양주까지 이동해 훈련해야 했다. 휘문고는 체육 명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프로야구 신인왕 이정후(넥센 히어로즈) 등이 해당 기간 이 학교 운동부 선수로 뛰었다.

이외에 명예이사장은 사용권한이 없는 법인카드로 5년간 2억3900여만원의 법인회계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했다. 명예이사장의 아들인 현 이사장도 법인카드로 단란주점 등에서 900만원 가량 썼고 설립자 묘소 보수비 등 개인 부담 비용 3400만원을 법인회계에서 부당 지출했다.

휘문의숙은 또 학교 주자창으로 사용하던 부지에 수익용 기본재산을 신축, 주택관리임대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업체에게 보증금 20억원과 연간 임대료 21억원에 전대권한까지 포함해 장기 임대하는 등 특혜를 준 것으로 파악됐다.

재산 관리와 징수 역시 부실했다. 법인 소유 토지를 공시지가보다 훨씬 싼 금액에 임대하는가 하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적용시 연간 4억8000만원까지 징수할 수 있는 체육관·운동장 임대료도 1억5000만원만 받았다.

교육청은 작년 10월 제보를 받고 지난달 26일부터 12일간 재단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최초 제보 이후 별다른 조치가 없다가 올 2월 국민신문고에 재차 제보되자 비로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가 남아있는 2011년 이후의 일만 확인하는 한계도 있었다.

교육청은 법인사무국장(파면) 고등학교장 행정직원(이상 감봉) 3명은 징계를 요구하고 명예이사장과 이사장, 이사, 법인사무국장 4명을 고발키로 했다. 이사장·이사·감사 2명 등 4명에 대한 임원취임승인 취소도 요구할 방침.

감사에서 미처 밝히지 못한 부분은 수사 의뢰하고, 명예이사장이 부당 편취한 횡령액 38억원 가량도 회수 조치할 계획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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