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연기가 비슷하다는 말은 배우에게 아주 치명적일 수 있다. 하지만 소지섭은 언제나 차분했다. 연기 호평 또는 악평이라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면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또다시 관객과의 깊은 소통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소지섭은 14일 개봉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로 스크린에 컴백한다. 그는 개봉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작품 속 캐릭터 연구 과정, 자신의 연기관 등을 털어놨다.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 분)가 비의 계절인 장마가 시작될 때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돌아와 남편 우진(소지섭 분)과 두 번째 사랑을 맺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가 아빠 역할이라 아이와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일까 고민이 많았어요. 결혼한 것도 아니고 아이와 장시간 있어본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처음엔 제안을 거절했는데 감독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고, 촬영할 때는 아이와 몸으로 부딪치면서 친해지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소지섭은 극 중 초등학생 아들을 둔 아빠다. 아이와 함께하는 연기는 처음이라 관객이 보기에 어색하진 않을지 걱정부터 앞섰던 것이다. 고민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엔 안심이 됐다고.
"아들 역인 지환 군에게 현장에서 아빠라 부르라고 했어요. 어색하고 이상할 줄 알았는데 좋더라고요. 아이랑 촬영하다 보니 결혼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결혼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아이와 놀아주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던데 지금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도 잘 놀아줄 수 있을까 싶어요."
소지섭은 학창 시절 첫사랑에 빠진 풋풋함과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설렘, 다시 돌아온 아내와의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은 애절함까지 다채로운 감정 연기를 펼쳤다. 영화를 보는 관객뿐만 아니라 소지섭 역시 로맨스 연기를 하면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렸다.
"예전엔 손 한 번 잡으려고 며칠 동안 계획을 짰어요. 극 중 수아와 만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하고 갈팡질팡하는 우진의 모습이 꼭 저와 닮았더라고요.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연기할 때 편했어요. 재미없고 엉성하고 어설픈 점이요. 전직 수영선수이고, 아파서 운동을 못한 것도 닮았죠."
이제 액션보다 멜로가 편하다는 소지섭이다. 말과 행동보다는 눈빛으로, 감정선을 아주 섬세하게 표현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디테일한 연기는 정통 멜로인 이번 작품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늘 하고 있어요. 배우 생활을 그만둘 때까지 계속하지 않을까요? 한동안 슬럼프가 와서 고생했는데 아직 100% 이겨내진 못 했고 새로운 연기를 계속 찾아내려고요. 혼자서는 안 되는 것 같고,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감독님 만나서 같이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려 해요."
소지섭은 지난해 영화 '군함도'에서 거친 남성미와 과격한 액션을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대중을 만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선 다정하고 순수한 아빠이자 남편으로, 오는 9월 방송되는 MBC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를 통해서는 로맨틱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끝나자마자 또 작품을 하시는 분들 보면 정말 대단해요. 저는 새로운 에너지를 쓰려면 다시 몸을 셋팅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작년부터 쉬질 못 해서 드라마를 끝내면 저한테 조금 시간을 주려고 해요. 저만의 생활을 하고 싶어요."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