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영진약품 주주총회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의결권이 있는 전체 지분(50.55%)의 25%를 확보해야 했지만, 23.8% 확보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섀도보팅(주총에 불참한 주주들도 참석주주의 찬성·반대 비율대로 투표한 것으로 간주)’제도가 폐지되면서 주총 안건 통과가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임할 땐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있어 나머지는 소액주주로 채워야 한다. 영진약품 최대주주 KT&G(52.45%)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측은 소액주주의 주총 참석을 독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영진약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의결정족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소액주주 찾아 3만 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섀도보팅 제도가 없어질 경우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었지만 아무런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전자투표 제도가 활성화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자투표로 주권을 행사한 주주는 2.2%(주식수 기준)에 불과했다.

섀도보팅 폐지 취지는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권 행사를 막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평균 주식 보유기간이 유가증권 상장사는 약 6개월, 코스닥은 약 2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석 유인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제라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주주 의결권 3% 제한’과 의결정족수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은 의결정족수 규제 자체가 없다. 섀도보팅제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기투자자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익성과 주주가치 제고에 힘써야 할 상장사가 주총 개최를 위해 주주들을 모으러 다니는 데 시간을 낭비해서야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