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협력과 배려 돋보인 여자 컬링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정말 자랑스럽다. 그동안 많은 선수가 흘렸을 땀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도 없지 않다. 하지만 올림픽에 참가했다는 것 자체로 선수들은 충분히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 대한민국 대표, 멀리서 온 손님, 그리고 가까이에서 온 손님 모두 자랑스럽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전례 없이 많은 종목에서 다양한 메달을 땄다. 이전엔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따는 것만 생각했지만 이번엔 윤성빈 선수의 스켈레톤 금메달, 이상호 선수의 스노보드 은메달, 남자 봅슬레이팀의 은메달 등 해당 종목 사상 최초 메달 획득이 이어졌다. 불가능해 보이던 일도 도전하고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걸 국민에게 보여준 장면들이었다.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많은 경기와 선수가 우리 국민을 포함한 세계의 관심을 받았지만, 필자는 “영미~”라는 말을 유행시킨 우리나라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의 선전에 특히 눈이 갔다. 엘리트 스포츠가 대세인 환경에서 변변한 지원도 없이 성과를 올린 사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에 더 눈길이 갔던 것은 어쩌면 스피드 스케이팅 팀추월 여자 준준결승 경기 때문인지 모른다.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에서 국민이 아쉬워했던 ‘선수들 간 협력’을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은 100% 이상 보여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은 영미와 영미 친구, 영미 동생과 영미 동생 친구로 구성됐다는 말을 들었다. 필자는 이 말에서 팀추월 경기 팀에서 받지 못한 편안함을 느꼈다. 여기에 더해 대한민국 컬링 대표팀의 깊이 있는 경기가 이런 느낌을 한층 더 강하게 해줬다.

경기를 보는 내내 그리고 이후에도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여럿이 같이 도란도란 사는 선(善)한 사회이지, 잘난 한 사람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그것도 뒤처진 사람을 제치고 이룬 성공은 더더욱 아니다.

올림픽 정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올림픽을 창설한 피에르 드 쿠베르탱은 “스포츠로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올림픽 정신은 경쟁에서 상대를 이기고 승리를 향해 무작정 내달리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과 이해를 강조한다. 이제 우리 국민도 성적만을 보지는 않는다. 승리한 선수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고 환호하지만, 메달권 밖으로 나간 선수도 보듬어 주며 위로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그러니 오랫동안 함께 운동한 동료를 제치고 성적을 올리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사회는 성숙하고 배려가 충만한 깊이 있는 사회로 가고 있다.

freedebt5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