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본격화된 증시 조정으로 펀드 ‘성적표’가 급격히 나빠진 가운데 중소형주 펀드의 성과가 돋보이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중소형주 펀드는 꿋꿋하게 플러스를 지켜냈다. 중소형주 장세 기대감이 여전한 데다 손실방어 능력까지 확인되면서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가도 ‘뭉칫돈’을 밀어넣고 있다.
조정장서도 '꿋꿋'… 중소형주 펀드가 돌아왔다
◆급락장서 개인·기관 베팅

21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825개)의 평균 손익률(20일 기준)은 -0.28%로 집계됐다. 지난달 증시가 급등하면서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평균 수익률은 5.21%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코스피지수가 7.89% 하락하는 등 큰 폭으로 조정받으면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중소형주 펀드(49개)는 달랐다. 연초 이후 평균 1.59% 수익률을 기록했다. 분야별 조사 대상 펀드 중 최상위권이다. 중소형주 펀드 중 KTB자산운용의 ‘리틀빅스타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8.01%에 달했다.

중소형주 펀드가 선전하면서 투자금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액티브펀드 전체로는 1042억원이 빠져나갔지만, 중소형주 펀드에는 3327억원이 순유입됐다. 증시가 출렁였던 이달 들어서도 1052억원이 들어왔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상무는 “증시가 고공행진하는 기간에도 조정이 오기만 하면 투자하겠다는 개인과 기관이 많았다”며 “이들 투자자가 중소형주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의 코스닥시장과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 호재가 남아있는 데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 2위 종목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조정이 이어지면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608억원을 순매수하며 코스닥시장 반등을 주도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13일 663.92로 저점을 찍고 반등해 21일 727.17로 마감했다. 이 기간에 9.52% 올랐다.

이달 들어 자산운용사가 많이 사들인 종목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한 바이오주다. 셀트리온헬스케어를 891억원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다. 신라젠(491억원 순매수) 메디톡스(340억원) CJ E&M(246억원) 바이로메드(21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주도株 전망은 엇갈려

자산운용업계에선 펀드매니저의 역량 등에 따라 조만간 중소형주 펀드 간 명암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지금까지는 중소형주 시장에서 차별화 장세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며 “개별 종목 위주로 차별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도주 전망 또한 달랐다. 특히 의견이 갈리는 업종은 정보기술(IT) 업종이다. 민 본부장은 “IT라고 해도 일률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 어려운 국면”이라며 “휴대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종목보다는 액정표시장치(LCD)에 대한 관심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진성 트러스톤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피해에 따른 낙폭과대주나 엔터테인먼트주, 게임주 등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다음달 20, 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 금리정책 방향을 확인하기까지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이때를 기점으로 중소형주의 상승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