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4년으로 석방된 것을 두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유전무죄의 적폐가 아직 살아 있다”고 논평했고, 자유한국당은 “여론에 휘둘리지 않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일 서면 논평을 통해 “법원이 뇌물공여죄, 횡령죄, 해외재산도피죄 등 5개 혐의에 유죄 판단을 내린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며 “국민의 눈 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을 내린 법원의 결정에 매우 안타깝다는 입장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확인된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정경유착’을 끊어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했다”며 “그러나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적폐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법원의 판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부터 나는 말 세 마리(정유라 승마 지원)로 삼성 부회장을 구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해왔다”며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있게 판결한 항소심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묵시적 청탁’이라는 억측과 예단으로 무리하게 혐의들을 끼워맞추듯 만든 여론몰이 수사와 정치적 수사는 이 땅에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며 “경영일선에 있어야 할 기업인을 1년간 구속시키고, 징역 12년을 구형했던 특검이 답해야 할 차례”라고 특검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래당’으로의 통합을 앞두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반대의 논평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을 믿고 사는 국민에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이 앞으로 있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당사자인 이 부회장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성찰이 있었을 것”이라며 “정권과 기업 사이에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바람직한 질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논평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