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온라인 청원’에 공식 답변하는 것을 두고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달 내 20만 명 이상 동의한 청원’에 청와대 수석이나 담당부처 장관이 답변하도록 원칙을 정했지만, 답변하기 곤란한 청원들이 잇따라서다. 전문가들은 여론과 민의 수렴의 통로인 온라인 청원이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4일 청와대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채운 청원은 청소년 보호법, 낙태죄, 주취 감형 폐지 등 9개다. 청와대는 이 중 5개 청원엔 답변했지만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폐지, 가상화폐 규제 반대, 나경원 의원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 파면, 미성년자 성폭행 형량 상향까지 4개 청원엔 답변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조국 민정수석과 김수현 사회수석이 청소년보호법 폐지 청원에 실제 답변을 내놓자 기준을 충족한 청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와대가 당초 정한 ‘20만 명 이상 동의’ 기준이 지나치게 낮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백악관(답변 기준 10만 명)을 참고한 뒤 국내 상황을 고려해 20만 명으로 기준을 정했다. 하지만 한 사람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디 4개로 동의할 수 있어 산술적으로 5만 명이면 기준을 만족하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김민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20만 명을 기준으로 무조건 답하는 것은 국민 전체 이익에 반하거나 국민 의견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청원이 아니라 ‘정치적인 주장’이 올라오는 점도 문제다. 청원법상 청원이란 피해의 구제, 공무원 위법, 법률 제·개정 또는 폐지 등 국가기관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말한다.

이날 청원 답변 기준을 충족한 나 의원 올림픽 조직위원 파면 청원은 청원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해당 청원은 나 의원이 지난 20일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을 위해 최종엔트리를 확대하는 것은 올림픽 헌장 취지인 공정한 경쟁에 배치되는 일’이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서한을 보낸 사실이 알려진 뒤 올라왔다.

청와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나 의원 관련 청원은 올림픽 조직위에서 결정할 사안으로 답변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며 “답변을 하지 않는 것까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온라인 청원이 청원법상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청원법 5조에 따르면 ‘청원인의 성명·주소 등이 불분명할 경우’ 청원을 수리하지 않도록 돼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실명이 아닌 SNS 아이디만으로 청원이 가능하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