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신경병증은 말 소리 인지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난청질환 중 하나다. 소리는 외이와 중이를 거쳐 내이로 전달된다. 이후 달팽이관(와우)의 감각세포와 청각신경을 통해 전기신호로 전환되고 뇌가 이 신호를 받아들인다. 청각신경병증은 소리가 뇌로 이어지는 과정에 이상이 있으면 발생한다.
선천성 청각신경병증은 저산소증, 감염, 핵황달, 약물 오용 등 다양한 원인으로 생긴다. 반면 후천성 청각신경병증은 밝혀진 원인이 거의 없어 치료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기 어려웠다.
최 교수팀은 후천적 청각신경병증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찾았다. 태어날 때는 정상이었지만 후천적으로 난청 증상을 보이는 환자 106명을 대상으로 대용량 염기서열 분석법(NGS)을 사용해 유전자를 진단했다. 그 결과 환자 3명 중 2명에서 동일한 ATP1A3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병원 관계자는 "이 돌연변이가 한국인이 겪는 후천적 청각신경병증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ATP1A3 유전자 돌연변이는 카포스 증후군(소뇌실조, 무반사, 요족, 시신경병증, 감각신경성 난청이 발열 등으로 촉발돼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의 원인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로 카포스 증후군의 난청 증상이 청각신경병증의 특수한 형태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ATP1A3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 두 명 중 한 명은 카포스 증후군에 해당하는 증상을 보였지만 나머지 한 명은 난청이 거의 유일한 증상이었다. 이 유전자 돌연변이가 청각신경병증만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인공와우이식수술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각신경병증은 원인이 다양해 청각신경 경로에서 병변 위치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ATP1A3 유전자는 달팽이관 내 청각신경세포 말단에 주로 있기 때문에 병변 위치를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에게 인공와우를 이식한 뒤 3개월부터 상태가 양호해졌고 6개월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도 상당히 좋았다는 설명이다.
최병윤 교수는 "보청기로 도움을 받기 어려운 청각신경병증 환자 중 인공와우이식수술의 예후가 좋은 환자를 찾아냄으로써 청각신경병증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