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준우 사장 "삼성중공업, 내년 매출 7조 찍고 흑자전환"
“조선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바뀐 게 없는데도 채권단이 자금을 심하게 회수하고 있습니다. 회사 상황을 봐가면서 속도 조절을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싶습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사진)은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반드시 회사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정부가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나섰지만 금융권의 차입금 상환 압박, 여신 축소 움직임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또 “계약을 체결하고 선수금환급보증(RG)이 발급되지 않아 계약이 취소되거나 일정이 늦어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며 “차입금 회수, RG 발급 두 가지만 해결되면 이른 시일 내 회사를 정상화시킬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남준우 사장 "삼성중공업, 내년 매출 7조 찍고 흑자전환"
◆재무구조 개선 박차

남 사장이 취임 후 첫 공식석상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이유는 올해 경영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갚아야 할 돈은 1조6000억원(회사채 포함)에 달한다. 이 밖에 수주한 신규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서도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금성자산은 2016년 말 9840억원에서 작년 9월 말 4513억원으로 빠르게 줄고 있다.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둡다. 매출은 지난해 실적(약 7조9000억원)을 크게 밑도는 5조1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적자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유동성 추가 확보를 위해 올 1분기 중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할 것이라고 지난해 말 전격 발표했다. 남 사장은 이날 최대주주인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지금보다 상황이 나빴던 2016년의 유상증자(1조1000억원)도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며 “향후 조선산업 전망이 밝아 이번에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유동성으로 순차입금(회사채 포함) 3조1000억원 가운데 77%인 2조4000억원을 올해 상환할 계획이다. 140%대인 부채비율도 연말에 95%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독자생존 가능할까

남 사장은 구조조정과 병행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올해 극심한 ‘일감절벽’만 넘기면 내년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올해 업황 개선에 힘입어 82억달러 규모의 수주가 예상된다”며 “2019년에는 매출이 7조원 수준으로 회복되고 흑자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배럴당 70달러까지 급등한 유가 덕분에 향후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대규모 발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여전히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절대 강자인 만큼 좋은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 반납 등을 통한 자구노력을 한다. 특히 임금 반납 대상을 사원·대리로 확대할 방침이다. 남 사장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대리급 이하 사원을 포함한 전 사원이 조만간 기본급 기준 임금 10%를 반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력도 감축한다. 삼성중공업은 올 연말까지 약 2000명의 직원을 줄일 예정이다.

시장에서 떠도는 삼성엔지니어링, 대우조선해양 등과의 합병설에 대해 “전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남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재추진 계획과 관련해 “과거(2014년)에 합병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여러 정황상 무산됐다”며 “그 이후에는 추진 상황이 없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설에 대해서도 “그럴 여력이 없고 계획도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