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화폐 관련 정책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가상화폐 거래 참여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확실한 규제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거래자들 사이에선 ‘아직 가상화폐로 수익을 얻을 기회가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소 가운데 신규 가상화폐를 선보이는 곳도 생기고 있다.

15일 앱(응용프로그램)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시세조회 등 관련 앱 사용자가 지난해 10월30일부터 11월5일까지 14만 명에 불과했으나 올 1월8일과 14일 사이에는 196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앱들의 사용자 수를 합한 것이 아니라 앱 간에 중복되는 사용자는 제외하고 가상화폐 관련 국내 앱을 하나 이상 쓰는 사용자 수를 집계한 것이다. 또 아이폰은 제외하고 안드로이드폰만 조사한 것이어서 사용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기존 가상화폐거래소는 정부 규제로 신규 회원의 입금이 일시 중단됐지만 중소 업체들은 법인계좌로 신규 회원을 받고 있다. 이들 중소 업체는 기존에 인기를 끌던 가상화폐 외에 새로운 가상화폐를 선보이는 ‘잡코인 마케팅’으로 신규 회원 모집에 불을 붙이고 있다. 신규 참여자는 이미 시세가 많이 오른 기존 가상화폐보다 새로운 코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거래소 업체 업비트는 지난해 10월 오픈하면서 100여 개의 신규 코인을 선보이자 3개월 만에 선두권으로 뛰어올랐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 지난달 13일 빗썸에선 ‘이오스’가 상장되자마자 거래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되고 가격도 하루 만에 코인당 4900원에서 9930원으로 치솟았다. 거래소 업체 고팍스도 지난 12일 가상화폐 ‘이니그마’와 ‘시빅’ 거래서비스를 개시했다. 일부 업체는 무상으로 코인을 뿌리는 이른바 ‘에어드롭’ 마케팅을 하는 등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앱이 아니긴 하지만 홍콩과 상하이에 사무소를 둔 ‘바이낸스(Binance)’의 국내 사용자 수가 1주일 만에 44% 증가한 16만 명으로 늘어난 점도 주목된다. 법무부가 11일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검토한다는 강경 입장을 밝힌 것을 계기로 해외 거래소를 쓰려는 한국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생긴 일로 분석된다. 바이낸스는 홍콩과 상하이 등에 사무소를 둔 가상화폐거래소로, 자체 가상화폐인 ‘바이낸스 코인’(BNB)도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