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KSLVⅡ'는 재사용 우주발사체로 발전할까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최초의 한국형 우주발사체 ‘KSLVⅡ’ 연구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100% 우리 힘으로 개발 중인 KSLVⅡ는 오는 10월 시험발사를 앞두고 있다. KSLVⅡ 개발 사업은 아직도 많은 국민들의 뇌리에 생생한 ‘나로호’ 발사 성공 이후, 더 이상 러시아 기술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자는 의지로 탄생시킨 2조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이다.

우주발사체 개발기술은 기계 재료 전자 물리 화학 등 모든 기술의 복합형태인데, 그중 핵심은 우주발사체 엔진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엔진의 안정성과 효율 향상은 시소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정성을 높이면 효율이 떨어지고 효율을 높이면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주발사체는 점화 이후 순식간에 산소가 있는 대기권을 벗어나기 때문에 엔진 연소를 안정적으로 지속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산소를 공급해주게 된다. 산소를 공급하는 산화제로 가장 효율이 높은 게 액체산소인데 액체산소는 섭씨 영하 183도 이하에서만 액체상태를 유지한다. 따라서 극저온과 초고온이 상존하는 액체산소용 엔진 개발은 매우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사용하기 가장 쉬운 산화제는 상온에서 작동하는 사산화이질소(N₂O₄)인데 인체에 매우 해로울 뿐만 아니라 액체산소에 비해 효율도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어떤 산화제를 쓰느냐에 따라 우수한 우주발사체인지 아닌지가 확연히 구별된다.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4형과 15형은 모두 사산화이질소를 사용한다. 이에 반해 KSLVⅡ는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쓰는 세계 정상급 우주발사체다. 물론 KSLVⅡ의 엔진 효율성은 세계 최정상급인 미국 스페이스X사의 우주발사체 ‘팰컨9’의 엔진에 비해서는 조금 뒤처진다. 그러나 첫 발사가 성공한 이후 지속적인 성능 향상 연구가 뒤따를 것이기에 머지않아 최정상급 효율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우주발사체의 최근 개발 추세는 비행기처럼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주발사체를 재사용할 수 있다면 발사서비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우주여행산업이나 우주태양광발전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 그러면 KSLVⅡ는 재사용 우주발사체로 발전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재사용 우주발사체의 핵심원리는 단을 분리하기 전까지 연료를 모두 소모하지 않고 일부를 남겨두고, 단 분리 후 동체를 180도 회전해 다시 연소시켜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이후 자세제어 장치를 가동해 지상에 안착시키게 된다. KSLVⅡ도 우선은 1회용 발사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후 정밀제어장치와 안착장치를 보충해 재사용 우주발사체로 재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안정성과 최고의 효율을 갖춘 재사용 우주발사체 상용화가 가능해지면 우주발사체산업은 획기적으로 도약할 것이다. 2019년도로 예상되는 버진갤럭틱사의 우주여행상품은 25만달러나 하는 고가이지만 500명 이상이 예약했다고 한다. 재사용 우주발사체가 보편화되면 10분의 1 이하 가격이 되기 때문에 2003년 운항이 정지된 초음속 콩코드 여객기를 이용하는 가격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 우주여행상품도 다양해질 것이다. 블루오리진사가 서비스할 예정인 우주에서 무중력 환경 체험을 하고 지구를 잠시 관찰한 뒤 돌아오는 상품, 2028년까지 연장 사용을 검토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의 숙박여행 등을 예상할 수 있다. 2030년대에 달궤도 우주정거장이 건설되면 달 관련 우주여행도 가능해질 수 있다. 동시에 인류 에너지 문제를 속 시원히 풀어줄 우주태양광발전 프로젝트에도 착수할 수 있다. 우주태양광발전 프로젝트의 탄생 여부는 우주발사체 비용의 획기적 절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KSLVⅡ 개발사업은 당장은 중형급 인공위성과 달 탐사선을 우주공간에 보내는 임무를 위한 것이지만 우주발사체산업이라는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든든한 프로젝트다.

류장수 <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AP위성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