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우리 경제의 중심에 두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1월30일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에 참석해 한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재벌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혁신성장의 주체로 삼아 적극적인 육성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혀왔다.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과징금 인상 등을 통해 대기업의 ‘갑질’과 기술탈취를 막는 이른바 ‘공정경제’ 강화다. 다른 하나는 대대적인 지원 확대다. 정부는 중소기업 대상 정책자금을 올해에만 9조7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2022년까지 10조원 이상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의 창업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원과 육성’에만 편중된 정책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나랏돈과 금융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을 늘려 중소기업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중소기업은 국내 사업체 수(99%)와 고용(88%)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생산(48%)과 수출(20%) 비중은 매우 낮다. 대기업 대비 노동생산성이 2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제신문이 경제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시급한 중소기업 정책’에 대해 질의한 결과 가장 많은 37.3%가 ‘경쟁력 낮은 중소기업의 과감한 퇴출’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세제·금융 등 지원 확대’라고 응답한 비율은 10.8%에 불과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국가가 되려면 한계 중소기업이 퇴출돼 이곳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신성장 창업 분야로 넘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고통스럽더라도 정부는 좀비기업들에 달아준 링거(지원정책)를 서서히 떼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