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017년 세계 곳곳의 과학적 도전과 과학계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소개했다.

[사이언스] 중국 양자통신 위성 쏘아올려… 중동서는 입자 가속기 연구에 도전
올해는 신흥 과학 강국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다. 중국 허페이 과학기술대의 판젠웨이 교수 연구진은 양자통신 실험위성 ‘모쯔’(墨子)호를 이용해 칭하이 더링하 기지와 1200㎞ 떨어진 윈난 리장 기지에 양자 얽힘 상태의 광자(빛 알갱이)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을 이용해 가장 먼 거리까지 신호를 주고받은 것이다.

양자암호통신은 광자 하나에 정보를 실어나르는 통신기술이다. 광자 하나에 1비트(bit) 정보를 보내는데 이 신호를 딱 한 번만 해석할 수 있다. 신호가 무작위로 생성되기 때문에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한 번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을 정하면 다른 사람은 절대 열어볼 수 없다. 송신자와 수신자 외에는 해석이 불가능해 해킹에서 자유로운 ‘꿈의 통신 기술’로 불린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위성을 쏘아 올린 데 이어 최장 거리 통신에 성공하면서 양자통신 분야에서 미국을 제치고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화약고인 중동에서도 의미있는 과학적 도전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5월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북서쪽으로 약 30㎞ 떨어진 발카주 알란에 중동 최초의 입자 가속기 연구시설인 ‘중동싱크로트론광실험응용과학연구소(SESAME·세서미)’가 문을 열었다.

반면 전통적 과학 선진국은 정치 논란과 성추문으로 심한 홍역을 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취임한 직후 7개 주요 이슬람 국가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 내에선 외국 출신 과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연구를 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확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과학적 행보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공식 선언한 데 이어 미국환경보호청(EPA)이 요청한 연구 예산을 31%를 깎았다.

영국도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과학계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영국은 브렉시트 결정에 따라 유럽원자력공동체인 유라톰을 떠나기로 확정했다. 일본 역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R&D 투자가 묶이면서 과학 경쟁력을 상실할지 모른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