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원 조정안을 받아들여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지연에 따른 구상권(求償權) 청구 소송을 철회하기로 했다. 정부는 해군기지 공사가 반대 시위로 지연되면서 발생한 손해 273억원을 2015년 시공사에 물어줬고 이 중 34억5000만원은 시위대에 배상 책임이 있다며 지난해 구상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는 “국민통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구상권 포기는 불법 시위에 따른 국가적 손해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정부가 이를 용인하고 면죄부를 준 것과 다를 바 없다.

제주 해군기지는 노무현 정부 시절 확정된 사업이다. 해양 전력 거점을 구축하기 위한 국책사업이었으나, 반대 시위에 발목을 잡혀 표류했다. 강정마을에 시위꾼들이 몰려와 착공을 반대하면서 공사는 14개월 늦춰졌다. 시위대는 온몸을 쇠사슬로 감은 채 공권력의 법집행을 방해하는 등 불법 시위를 일삼았다. 해군을 ‘해적’이라고까지 막말을 하기도 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법 테두리를 벗어난다면 그에 상응한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 그게 법치국가다. 더구나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가로막고 혈세를 축내게 했다면 말할 것도 없다. 그간 대규모 국책사업을 벌일 때마다 불법 시위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분열시키고 국가에 얼마나 큰 손실을 끼쳤는지 봐왔다.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 사업, 밀양 송전탑 건설, 서울 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시민단체가 공공정책 분쟁에 개입하면 사업이 1년 이상 지연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불법시위가 극성을 부리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가 엄포만 하고 법집행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탓이 크다. ‘불법’ ‘떼법’으로 국책사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엄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법은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만연해질 것이다. 이번 구상권 철회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갈등을 수반하는 국책사업이 불법시위에 번번이 가로막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