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넉 달 만에 온스당 125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금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주식 등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국제 상품 시장에서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금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추락하는 국제 금값… 금펀드 투자자들 '울상'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지난 11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전날보다 온스당 1.50달러 내린 1243.7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7월19일(1241.20달러) 이후 4개월 만의 최저가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국제 금값과 반대로 움직이는 미국 실질 금리(명목 금리-물가상승률)가 오르는 상황에서 금·은 등 전통적인 ‘안전 자산’ 투자자들의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옮겨가면서 금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지난 10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가격 움직임이 금값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며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수그러들면 금값이 반등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 선물은 상장 첫날 가격이 20% 가까이 급등했다.

국제 금값이 하락을 거듭하면서 금 선물이나 금광·귀금속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금 펀드의 단기 수익률도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11개 금 펀드의 최근 3개월간 평균 수익률(지난 11일 기준)은 -11.07%였다. 국내 금 펀드 중 설정액이 1784억원으로 가장 많은 ‘블랙록월드골드’ 펀드에서는 이 기간 156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 상승이 둔화돼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금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의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9~10월 월평균 전년 동기 대비 1.35%씩 오르는 데 그쳐 미국 중앙은행(Fed)의 물가상승률 목표치(2.0%)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비해 명목 금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는 이 기간 0.3%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천 연구원은 “국제 금값은 내년에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