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승계 시스템에 대한 수술에 나선다. 금융계에선 금융당국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문제삼는 차원이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승계 시스템 수술"… CEO 교체 겨냥하나
금융위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등의 연임이나 신규 선임 등 경영권 승계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10일 말했다.

금감원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금융지주사들의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이 허술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 원장은 “금융지주회사들의 경영 실태 관련 검사가 다 끝나 결과를 통보한 상황”이라며 “조만간 언론에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이처럼 경영권 승계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지난달 29일부터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CEO 스스로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며 “유력한 승계 경쟁 후보가 없는 것도 논란”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차기 회장이나 은행장을 뽑을 때 ‘현역 프리미엄’이 지나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는 당장 지난달 연임이 확정된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금융위 관계자들은 특히 윤 회장과 관련해 “경쟁자들이 중도에 사퇴한 것은 뭔가 석연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내년 초 3연임을 앞두고 있는 김 회장에 대해서도 편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들은 그럼에도 하나같이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고 발을 빼고 있다.

민간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관치 중 관치’이며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은행 임원은 “미국의 금융감독 기구가 민간의 승계 문제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한국의 금융당국이 뭣 때문에 이렇게 나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임원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CEO를 12년간 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다”며 “만약 어느 미국 정부 당국자가 이를 문제 삼으면 그가 옷을 벗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