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 월급 올라 좋지만 일자리 잃을까 걱정도

최저임금 16.4% 인상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 걱정에 사업주들의 고민이 깊어만 가고 있다.

프랜차이즈와 편의점, 주유소 등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직원들의 비중이 높은 업계는 가격 인상, 인원 감축, 무인점포 전환 등 인건비를 줄일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 식음료계 프랜차이즈업체는 "내년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10일 밝혔다.

다만 "인원 감축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다른 업체들은 대개 가격 인상보다는 인원 감축 쪽에 초점을 맞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다른 식음료계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지금도 최저임금을 주면 일하려는 사람이 없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시급 9천원 정도를 주고 있는데 내년에 최저임금이 오르면 최대 1만1천원까지 줘야 할 듯하다"며 "이렇게 되면 가맹점들의 부담이 너무 커지는데 가격을 올리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 아마 서빙 인원부터 줄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가족이나 친척들이 서로 일을 도와주는 형태로 운영하는 매장이 늘어날 것"이라며 "알바생뿐만 아니라 장사하는 사람들도 생계형 업자들이므로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맹점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보다는 스타벅스 등처럼 직영점이 대다수인 곳들이 인건비 부담을 더 크게 느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식음료계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가맹점 수익 보호를 해야 하니 대책 논의는 하고 있다"며 "다만 우리처럼 100% 가맹인 곳보다는 직영점이 많은 곳이 당장 사람 수를 줄여야 할 테니 더 걱정이 큰 듯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100% 직영으로 운영하는 동종업계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는 "인건비 증가에 따른 부담은 직영이나 가맹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 "가격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나 내년에 매장을 더 늘릴 수도 있어 상황을 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의 역습] '가격인상·인원감축' 업체들 고민 깊어가
가맹점들이 대다수를 이루는 편의점업계 또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맹점주들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생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편의점 CU(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이달초 CU가맹점주협의회와 '가맹점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인력 고용이 많은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업계 2위인 GS25가 올해 7월 가맹점주와의 상생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업계 1위인 CU도 상생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CU는 가맹점 개점부터 폐점까지 생애 주기별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연간 800억∼900억원씩 5년간 최대 4천5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5년간 6천억원을 투자해 물류 인프라 및 차세대 점포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의 역습] '가격인상·인원감축' 업체들 고민 깊어가
앞서 GS25는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위해 5년간 총 9천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생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GS25는 ▲ 최저수입 보장 금액 400억원 직접지원 ▲ 심야시간 운영점포 전기료 350억원 직접지원 ▲ 매출 활성화 솔루션 구축비 5천억원 투자 ▲ 모든 브랜드 편의점 근처 출점 자제 ▲ 재해 구호활동 등 사회공익기능 확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본부와 가맹점주는 공동 운명체니 비용을 분담해 상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앞으로도 업계 전반에 상생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일부 가맹점 사업자와 기업들은 아예 인건비가 들지 않는 '무인점포'로 전환하는 것 또한 고민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롯데리아와 맥도날드가 무인 주문 시스템 도입 매장을 확대하고 점원이 아예 없는 무인편의점과 무인 주유소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직원의 비중이 높은 편의점업계도 올해 5월 세븐일레븐이 업계 최초로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무인형 편의점을 선보인 이래 후발주자인 이마트24를 중심으로 무인편의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주유소 업계도 편의점과 사정이 비슷하다.

현재 전국에 산재한 1만2천500여개의 주유소 중 주유원이 근무하지 않는 이른바 '셀프주유소'는 2천여개가 있는데, 업계에서는 내년에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 1천개 이상 셀프주유소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근로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걱정이 없지 않다.

주유소에 일하는 이 모(52)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월급이 늘어나겠지만 (주유소 사장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 함께 일하는 동료 세명 중 최소한 한 명은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걱정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의 역습] '가격인상·인원감축' 업체들 고민 깊어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