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오직 믿음'으로 밀어붙인다는 정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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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 시대'의 유럽 탐험가들
"지구는 둥글다" 입증했지만
천동설 고수한 '구중궁궐' 교황청
일자리 줄이는 역효과 외면하고
밀어붙이는 소득주도 성장론
비명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이학영 논설실장 haky@hankyung.com
"지구는 둥글다" 입증했지만
천동설 고수한 '구중궁궐' 교황청
일자리 줄이는 역효과 외면하고
밀어붙이는 소득주도 성장론
비명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이학영 논설실장 haky@hankyung.com
![[이학영 칼럼] '오직 믿음'으로 밀어붙인다는 정책들](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07.14213011.1.jpg)
성난 파도, 휘몰아치는 폭풍우와 사투를 벌이며 신세계를 개척해낸 탐험가들을 ‘미천한 것들’로 업신여긴 사람들이 있었다. 중세 암흑기를 지배한 신정(神政)의 가톨릭 지도자들이었다. 자신들이 규정한 ‘진리(천동설)’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로마 교황청은 이탈리아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손수 제작한 망원경으로 지동설(地動說)을 확증(1610년)하자 대로(大怒)했다. 종교재판에 회부해 지동설 포기를 명령했다. 갈릴레이가 법정을 나오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독백(1633년)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마젤란이 온몸을 던져 입증한 “지구는 둥글다”는 사실이 의미한 것에 교황청이라는 구중궁궐에 앉은 자들은 그렇게 100년 넘도록 눈 감고 귀를 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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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멋진 구호나 “그랬으면 좋겠다”는 설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구중궁궐에서는 결코 내다볼 수 없는 온갖 불가측 변수가 소용돌이치는 게 현실세계다. 생산성은 나아진 게 없는데 내년 최저임금을 16.4%나 끌어올리고, 고용유연성이 꽉 막힌 상태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리고도 버텨낼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멀쩡한 직원을 내보내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잇따르고 있다. 취약계층 근로자들을 더 잘살게 해주겠다는 정부 처방이 오히려 이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부조리극이 벌어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이런 부작용과 혼란을 무릅쓰고 밀어붙여도 될 만큼의 궁극적인 효과를 검증받지 못했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개발연대 고도성장 이론을 제공했던 ‘서강학파’ 경제학자들은 며칠 전 세미나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 “소설 같은 이론” “이론이 아니라 믿음에 가깝다”는 등의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국제노동기구(ILO) 연구 등 소득주도 성장론의 근거로 제시되는 주요 연구를 검증한 결과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는 요소들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임금 수준이 노동생산성에 비해 높으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박정수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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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논설실장 ha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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