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게임즈가 지난 21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 모바일게임 '페이트그랜드오더'. / 사진=넷마블게임즈 제공
넷마블게임즈가 지난 21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 모바일게임 '페이트그랜드오더'. / 사진=넷마블게임즈 제공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일본과 중국산 게임의 열풍이 거세다. 그동안 유독 한국에서 외면을 받던 일본과 중국 모바일게임들이 올 들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한중일 대형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게임유통업체)들이 최근 해외 시장에서 보폭을 늘린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일본 등 모바일게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각국 이용자들의 게임 취향이 다양해진 영향도 있다.

29일 구글플레이에 따르면 모바일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페이트그랜드오더'는 게임 매출 순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게임은 일본 개발사 딜라이트웍스가 일본 애니메이션 '페이트'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개발했다. 2015년 일본에서 출시된 이후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넷마블게임즈가 지난 21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 일본 모바일게임이 매출 상위권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눈에 띈 일본 작품은 지난해 국내 출시된 반다이남코의 '원피스 트레저 크루즈'가 사실상 유일했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일본 만화 '원피스' IP를 활용한 이 게임은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한 때 매출 1~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중국산 모바일게임의 흥행 성적도 양호하다.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20위권에는 열혈강호 for kakao, 대항해의길, 소녀전선, 붕괴3rd 등 중국산 게임들이 다수다.
중국 조이파이게임에서 개발한 모바일게임 '열혈강호 for kakao'. / 사진=한경 DB
중국 조이파이게임에서 개발한 모바일게임 '열혈강호 for kakao'. / 사진=한경 DB
한중일 3국의 모바일게임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은 게임사들의 글로벌 사업 전략과 이용자 성향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한중일 게임 시장이 대형 게임사 위주로 고착화되면서 각국 주요 게임사들은 주변국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자체 개발 게임 출시, 현지 업체와 협업 등을 통해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 결과 해외에 먹히는 게임을 만들고 자국에 통할 만한 게임을 선별해 들여올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최근 일본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을 안착시킨 넷마블은 앞서 '세븐나이츠'와 '나이츠크로니클' 등 자체 개발 게임을 선보이며 일본 시장과 이용자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왔다.

이번 페이트그랜드오더 출시 때는 국내 맞춤형 전략이 눈길을 끌었다. 넷마블은 일본 원작의 세계관과 게임성을 유지하면서 국내 정서에 맞춰 역사적 내용 등을 일부 수정했다. 공식 사이트에서 애니메이션 페이트 주문형비디오(VOD)를 무료로 상영하는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각국 게임 이용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나라별 특수성이 상당 부분 희석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독특한 일본 게임 시장은 전통적으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PRG) 선호도가 낮고, RPG 게임도 액션보다 스토리가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특성을 감안하면 리지니2: 레볼루션의 일본 안착은 한국 MMORPG의 글로벌 흥행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반대로 MMORPG 일변도인 국내 시장에서는 일부 이용자들의 관심이 수집형 RPG 같은 장르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모든 게임사들이 MMORPG 개발에 올인하면서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는 비(非) MMORPG 장르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