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관빈 보석 결정에 검찰 "입장 없다"…전병헌 영장기각에는 "재청구 검토"
핵심피의자 잇단 신병확보 실패에 수사차질 우려…'구속=처벌' 시각 지적도
법원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의 석방을 결정한 데 이어 25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구속영장까지 기각하면서 법원과 검찰의 영장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격한 반응은 자제하고 짤막한 입장을 내놓았지만 속으로는 수사 차질을 우려하며 부글거리는 모양새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신광렬 수석부장판사)는 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정치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임 전 실장의 구속적부심을 연 뒤 "일부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등의 이유로 보석(보증금 조건을 내건 석방)을 결정했다.

앞서 김관진 전 장관도 22일 같은 재판부의 구속적부심에서 석방 결정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됐다.

김 전 장관 석방 결정 때는 검찰이 "법원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장문의 반박 입장을 냈지만, 이번에는 '할 말을 잃었다'라는 분위기다.

수사팀 관계자는 "임 전 실장 석방 결정과 관련해 별도 입장이 없다"라고만 밝혔다.

겉으로는 말을 아끼지만, 내부적으로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양상이다.

내부에서는 법원의 결정이 이해되지 않는 나머지 미리 짠 것처럼 '구속-석방'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올 정도라고 한다.
검찰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법원은 25일 새벽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전 전 정무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피의자의 범행관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날 새벽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전 전 수석은 "물의를 일으켜 다시 한 번 국민께 송구하다.

결백을 입증할 기회를 준 법원 판단에 감사한다.

앞으로 제 결백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소회를 말했다.

전 전 수석의 영장까지 기각되자 검찰은 충격에 휩싸였다.

검찰은 법원 결정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보강 수사를 해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라며 짧지만 강경한 어조의 입장을 밝혔다.

뇌물 의혹 수사로 권부의 핵심에 있던 현직 정무수석을 물러나게 한 검찰로서는 '무리한 수사 아니었느냐'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인 셈이다.

주요 사건의 핵심피의자에 대한 신병확보가 검찰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수사에 차질도 불가피해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영장 발부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 국면이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월에도 법원이 주요 사건 피의자 구속영장을 잇달아 기각하자 검찰이 강한 어조로 법원 결정을 비판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고 법원이 곧장 공개 반박하면서 법원-검찰 간 영장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검찰도 격한 반응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여건에서 수사하는 어려움을 법원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검찰도 형사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는 점에서 '구속이 곧 처벌'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으며 '선수'인 수사기관이 '심판'인 사법부의 판단에 건건이 반박하기보다 차분히 증거와 법리로 설득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