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성폭행 논란이 불러온 한샘의 변화
‘여성이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

신입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 및 성폭력 논란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아온 한샘이 22일 기업문화 혁신 방안을 내놨다. 지난달 말 해당 직원이 온라인에 사연을 올린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한샘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개인 간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문화까지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가정용 가구에서 인테리어·생활용품까지 연매출 2조원 달성을 목전에 둔 한샘은 국내 대표적인 중견기업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성과를 중시하는 수직적 조직문화’ ‘과도한 업무’ ‘학벌 지상주의’ 등은 한샘에 따라붙던 단골 꼬리표였다. 이 때문에 다른 업체로 옮겨가는 한샘 출신 직원이 적지 않았다. 한 건축자재 업체 관계자는 “경력직 채용 시장에서 한샘에 재직했다고 하면 ‘웬만큼 일을 시켜도 맷집이 좋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귀띔했다. 이번 여직원 사태 이후 전·현직 직원들의 제보가 적지 않았다는 점도 회사 경영진에겐 충격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한샘은 적극적인 모성보호 정책을 발표했다. 임신한 직원의 근무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이고, 시간 외 근무와 주말 근무를 금지하기로 했다. 육아휴직법에 규정된 1년 휴직 외에 1년을 더 주는 내부 규정도 만들었다. 대표이사 직속 기업문화실을 신설했고, 성 평등 위반자 및 사내 폭언자에 대한 엄중 징계도 약속했다. 임직원의 제언과 고충을 접수하는 무기명 핫라인을 만들었다. 내달 초 이사하는 서울 상암동 신사옥에는 수유실과 여직원 휴게실, 어린이집이 확대됐다.

성별에 관계없이 직원들이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정규 근무시간 외 회의와 야근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회식도 오후 9시 이전에 끝낸다고 한다. 현장 영업사원을 포함한 직군별 근무조건 개선에도 나설 예정이다.

최근 최양하 회장은 “그동안 고객만족을 앞세웠는데 일단 직원만족부터 챙기자”고 말했다. 한샘 여직원 사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기업 내 성 평등 문화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직원들을 껴안는 조직문화의 중요성도 새삼 일깨우는 사례가 됐다.

문혜정 중소기업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