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이 그제 내놓은 우리 경제에 대한 냉정하면서도 날카로운 진단과 처방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 정부와 지난 1일부터 연례협의를 한 IMF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990년대 초반 7%에서 3% 이하로 하락했고,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근본 문제로 진단했다. 그리곤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장기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성장 여력이 있는 지금이 구조개혁의 적기(適期)”라고도 했다.

IMF는 “경기순환적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높이는 등 듣기 좋은 얘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은 일자리를 늘리고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강도 높은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데 맞췄다. 고용유연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게 지속가능한 장기 성장 흐름을 타기 위한 선결요건이라는 것이다. 거의 매년 되풀이되는 IMF 주문이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과제들이다.

IMF는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유연성+안정성)’ 확대와 함께 “정규직의 고용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거론했다. 정규직 기득권에 대한 과보호가 고용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철밥통 구조를 깨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과 달리 한국에선 정규직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힘든 만큼 기업으로선 신규 채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8.6%까지 치솟은 청년실업률을 공공일자리 확대만으론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IMF 지적대로 미국의 50%에 불과한 낮은 생산성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부끄러운 대목이다. 각종 규제로 인한 기업 혁신능력 저하와 낮은 고용유연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0년 넘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IMF는 기업 혁신을 장려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규제 개혁에서 답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술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하면 10년 안에 잠재성장률을 0.3%포인트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장기 성장 기조로 복귀하려면 기득권 보호에 초점을 맞춘 고용정책과 기업정책을 각각 유연성 확보 및 혁신 촉진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게 이번 IMF 권고의 핵심이다. 경기 회복세인 지금이 구조개혁 적기이고 보호가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을 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