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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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에서 뼈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씨는 내년에 가게 문을 닫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당초 주방 4명, 홀서빙 4명 등 총 8명을 고용하고 있던 이 식당은 올 들어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김씨는 “임차료는 오르고 매상은 줄어 아내와 직접 발로 뛰면서 비용절감을 하며 버티고 있다”며 “내년에 인건비가 오르면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려됐던 ‘최저임금 인상발(發)’ 고용 한파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내년 인건비 급증 부담에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체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우선적으로 보호하려고 하는 아파트 경비원, 음식점 종업원과 청년층 등 취약계층이 오히려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되고 있다. 경제가 3분기에 ‘깜짝 성장’하는 등 지표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고용시장과의 괴리만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 정책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하는 전형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올려 보호한다던 경비원·식당 종업원 등이 되레 '희생양'
◆청년층, 비정규직 정책에 ‘유탄’

취약계층들은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따른 고용 한파에 가장 먼저 노출되고 있다. 아파트 경비나 청소업, 콜센터 등이 속하는 사업시설관리 및 서비스업에서 지난달 취업자 2만7000명이 감소했고,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2만2000명이 줄어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서울지역아파트경비노동자고용안정·처우개선 추진위원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18만 경비노동자 중 1만715명이 감원 대상으로 선정돼 곧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진 것도 눈에 띈다.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은 8.6%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등으로 부담이 커진 공공부문에서 인턴 채용을 최소화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는 1만415명으로 전년 동기(1만4800명) 대비 5.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선 제조업에도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중견기업의 고용 상황이 더 나빠지는 추세다. 국내 최장수 기업인 섬유업체 전방은 누적된 적자와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일부 공장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은 통상 최저임금을 시작점으로 연차에 따라 올라가는 급여체제여서 연쇄 효과 탓에 체감 인건비 증가 폭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내년 이후가 더 문제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화되는 내년에는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3일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이 10% 인상되면 주당 44시간 기준 일자리가 1.4%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기준으로 1182만 명인 주당 44시간 이상 임금 근로자에게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6.4%를 대입해 보면 일자리 감소 영향률은 2.3%로, 27만여 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얘기가 된다.

편의점 주유소 등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해 무인 점포나 셀프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여서 고용 시장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내년에 1000여 개 주유소가 셀프주유소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들어 국내 5개 점포에 도입된 무인편의점도 내년에는 더욱 확산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임도원/이유정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