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 이대리] "소아암 환자 위해 머리카락 기부…파마·염색은 끊었죠"
홍은진 신협 가톨릭중앙의료원점 과장(49·사진)은 서울성모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 직원들 사이에서 ‘머리 긴 과장님’으로 통한다. 소아암 환자를 위한 가발 제작에 기부하기 위해 수년째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3년 전 마지막 기부를 한 뒤 머리카락이 허리춤까지 자랐다”며 “조만간 또다시 기부하기 위해 미용실을 찾을 것”이라고 웃었다.

홍 과장이 머리카락 기부를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30대 이후 머리를 줄곧 길러왔다. 병원 내 신협 창구에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들른 한 의료진은 그를 보며 “백혈병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머리카락 기부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그는 곧바로 기부단체를 수소문해 방법을 물었다. 파마 염색 등을 하지 않은 머리로 25㎝만 넘으면 기부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미용실로 달려가 머리카락을 자르고 우체국에 들러 가발 제작하는 곳으로 보냈다. 그의 첫 기부였다.

이후 2011년, 2014년 두 차례 머리카락을 기부했다. “가발 제작하는 곳으로 보낸 머리카락이 어떻게 제작돼 어떤 아이들을 위해 쓰이는지 잘 몰라요. 그저 아픈 아이들이 기쁘게 사용하겠지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파마나 염색을 하지 않은 자연모발만 기부할 수 있다. 가발을 제작할 때 약품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부를 시작한 뒤 홍 과장은 한 번도 파마나 염색을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보낼 때는 매번 30㎝ 넘게 기른 뒤 잘랐다. 모발 끝이 손상되면 가발을 제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다른 여성들이 몇 달에 한 번 가는 미용실은 2~3년에 한 번 찾는다. 기부를 위해 머리카락을 자를 때다. 남들처럼 멋을 내고 싶을 때도 있었다. 거추장스러운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고 싶기도 했다. ‘이제 머리 좀 자르라’는 주변의 잔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아픈 아이들을 생각하며 참았다고 한다.

홍 과장은 남들보다 머리카락이 빨리 자라는 편이다. 덕분에 더 많은 기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제 머리카락 기부 전도사가 됐다.

“동생에게도 권했는데 한 번 기부한 뒤 염색을 하고 싶다며 그만뒀어요. 머리가 긴 여성들만 보면 기부해보라며 권하고 있죠. 남을 위해 좋을 일을 할 때 느끼는 기쁨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