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금감원의 시대착오적 PEF 관리
지난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업계는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국의 전화 한통에 발칵 뒤집혔다. 설립 5년이 넘도록 청산하지 못한 PEF를 가지고 있는 운용사는 그 이유와 투자 내역을 20일 오후 6시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50여 개 운용사의 70여 개 PEF가 ‘5년 이상’이란 금감원 기준에 걸렸다.

금감원 담당자는 “PEF 검사 및 감독권한이 있는 금감원이 전반적인 운영 현황을 조사하고 검사 계획을 세우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기준을 5년으로 정한 이유에는 “팀원 몇 명이 420여 개나 되는 PEF를 다 조사할 수 없어 5년으로 자른 것”이라며 “불이익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래된 펀드의 소송 현황 등을 조사해 투자자(LP)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편의상 5년으로 잘랐다지만 PEF업계는 전전긍긍이다. ‘5년 묵은 PEF는 금감원 검사대상’이라는 일종의 창구지도 기준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여서다. 의도와 달리 시장을 왜곡하고 오히려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경영참여형 PEF 만기는 보통 10년이다. 펀드가 결성되면 첫 3년 정도는 투자, 즉 자금을 소진하는 시기다. 이후 3~7년에 걸쳐 투자 회수(exit)에 나선다. 물론 자금을 소진하는 속도나 투자 회수 시기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정한다. 최적의 타이밍으로 최대의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다.

만약 5년 동안 펀드 청산을 못 하면 문제가 있는 운용사라는 인식이 생겨 운용사들은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자금을 빨리 소진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시장에 거품이 끼는 건 물론이다. 투자 회수도 빨리 해야 하기 때문에 기다리면 더 비싸게 받고 팔 수 있는 기업을 싼값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 원매자들은 그런 사정을 최대한 활용해 값을 후려치려고 할 게 뻔하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자산운용에 대한 금감원의 몰이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PEF 주요 투자자는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등 전문성을 갖춘 기관투자가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위험 대비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PEF는 ‘고위험 고수익’ 자산군의 역할을 한다. PEF가 ‘저위험 저수익’ 자산이 되면 포트폴리오 의미가 사라지고 PEF는 존재 가치를 잃는다.

기업 구조조정의 축이 은행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PEF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통해 PEF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려 애쓰는 이유도 이런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규제를 줄여주기는커녕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가면서까지 감독검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 운용사 대표는 “5년 이상 PEF 전수조사는 서른 살이 넘어도 결혼하지 않은 성인은 문제가 있으니 전원 알몸 수색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증권부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