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 낭비 줄이고 화가 돕고자 창업했죠"
한국에서 결혼식과 개업식, 장례식 등에 팔리는 화환은 한 해 700만 개 정도다. 화환 하나가 대개 10만원인 만큼 매년 약 7000억원이 화환 구입에 쓰이는 셈이지만 상당수는 또 하루이틀 만에 그대로 버려진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2015년 10월 창업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그리고(GREEGO)’라는 브랜드의 그림화환 서비스를 하는 모모테이블이다. 서울 대림동 사무실에서 만난 최샘터(왼쪽)·이준식(오른쪽) 모모테이블 공동대표는 “행사가 끝난 뒤 화환이 그대로 버려지는 낭비를 줄이고, 그림 그리는 작가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림화환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모테이블은 유화, 일러스트레이션, 캐리커처, 명화 등 네 종류의 그림화환을 10만원에 판매한다. 구매자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 축하 문구를 적어내면 그림화환을 결혼식과 개업식, 돌잔치 등에 배송해준다. 최·이 공동대표는 “꽃 대신 이젤(삼각대) 위에 그림을 놓고 화환처럼 축하 문구를 붙인 상품”이라며 “행사가 끝난 뒤에는 그림을 집이나 가게에 걸어놓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화사한 그림이 많다 보니 그림화환은 경사(慶事)용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최 대표는 “아버지가 화랑을 운영하고 있고 나도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전공은 둘 다 그림과 무관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대학 때 사회학을, 이 대표는 컴퓨터를 공부했다. 두 사람은 모바일 인증 관련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닐 때 만났다고 한다. 최 대표는 이후 캐릭터 지식재산권(IP) 관련 기업으로 옮겼다 이 대표와 모모테이블을 창업했다. 그는 “이전 직장에서 마케팅 일을 하다 보니 경조사 화환 보낼 일이 많았다”며 “상사가 ‘10만원짜리 아무거나 하나 보내라’고 하는데 너무 의례적으로 느껴지고 버려지는 화환도 아까웠다”고 말했다.

미대 출신이 아닌 최 대표와 이 대표는 그림을 그려줄 사람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이 대표는 “주말마다 서울 인사동이나 삼청동을 돌아다니면서 개인전이나 단체전 여는 작가들을 만나고, 온라인에서도 일러스트레이션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쪽지를 보내 한명 한명 섭외했다”고 했다. 이렇게 모인 작가가 20명 정도다. 전문 작가도 있고, 미대생도 있다.

지금은 그림화환에 작가의 사인이 들어가지 않지만, 작가의 사인이 들어가는 대신 더 높은 가격에 화환을 파는 프리미엄 상품도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그림화환을 받는다는 건 집에 걸어둘 수 있는 예술 작품을 하나 선물받는 것”이라며 “그림에 무관심하던 사람도 예술을 쉽고 친근하게 즐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