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가 재테크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중소 자산운용사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ETF 순자산이 30조원에 육박하는 등 시장 성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ETF에 손 내미는 중소형사

판 커지는 ETF 시장, NH아문디·하이운용도 '출사표'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과 하이자산운용은 ETF 시장에 진출하기로 하고 첫 상품을 준비 중이다. 준비 속도는 하이자산운용이 더 빠르다. 하이자산운용은 첫 상품을 사회책임투자(ESG) ETF로 정했다. 한국거래소가 개발한 ‘ESG리더스15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김윤아 하이자산운용 상품개발팀장은 “다음달 한국거래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르면 12월 초 첫 ETF를 상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첫 상품을 ESG ETF로 정한 이유는 ESG 관련 상품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취임한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대표가 ESG를 떠오르는 투자 테마로 보고 힘을 싣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이자산운용은 최 대표 취임 후 첫 상품으로 ‘하이사회책임투자’ 펀드를 내놓기도 했다.
판 커지는 ETF 시장, NH아문디·하이운용도 '출사표'
하이자산운용은 사회적 책임투자 관련 ETF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를 코스피 대비 시가총액 비중만큼 펀드에 담고 나머지는 ESG150지수를 복제하는 ETF와 ESG 지수에 포함된 기업에 투자하되 시가총액 비율대로 종목을 담지 않고 모든 종목을 같은 비율로 편입하는 동일가중 ETF 등이 후보로 꼽힌다. 코스피200지수 등 대표지수 ETF는 당분간 내놓지 않기로 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과 비교해 인지도나 마케팅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내년 초 첫 상품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진영 NH아문디자산운용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올 하반기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ETF 출시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는 NH아문디자산운용이 코스피200 등 대표지수 상품으로 ETF 구색을 갖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NH농협금융그룹은 계열사로 NH아문디자산운용뿐 아니라 NH농협은행 NH손해보험 NH생명보험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계열사의 ETF 수요를 충족하려면 기초 지수 ETF부터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인·기관·외국인, ETF 활용 늘어

이들 운용사가 ETF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정한 건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주식형 ETF에는 1748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는 5조9412억원이 순유출됐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장중 2500선을 ‘터치’하는 등 상승 랠리를 이어가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과실을 가져간 건 ETF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TF에 관심이 높은 건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도 마찬가지다. 기관은 자산을 불리는 목적 외에도 차익거래에 ETF를 활용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대표적이다. 우정사업본부는 ETF 가격이 현물보다 싸면 ETF를 매수한 뒤 즉각 현물로 환매해 시장에서 내다팔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ETF 매매가 통계에 포함되면서 기관 매물 ‘착시현상’이 일어날 정도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가가 지난 23일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도해 1조원가량 판 것처럼 보이지만 우정사업본부가 포함된 국가·지자체 계정에서 나온 순매도 매물(1조530억원)을 빼면 나머지 기관은 오히려 순매수했다. 외국인도 시장에서 사 모은 현물 주식을 ETF로 설정한 뒤 매도하는 방식으로 ETF를 차익거래에 이용하고 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