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조 권한 줄이고 고용 유연화… 실업 복지도 축소
프랑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총 36개 조항의 노동개혁법안은 지난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경제장관 시절(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도입한 개혁법안보다 훨씬 개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조합의 막강한 권력을 줄이되 개별 근로자의 권익은 최대한 지켜주는 내용이다.

개혁안은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직접 근로자와 협상할 수 있도록 해 산별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는 게 특징이다. 20명 이하 근로자를 둔 기업에선 회사 대표가 굳이 산별노조를 통할 필요 없이 근로자와 임금 및 근로조건을 협상할 수 있다. 50명 이하 기업은 반드시 공식적인 노조대표가 아니더라도 협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노조원이 아닌 직원들이 투표로 뽑은 대표와의 협상도 인정하도록 했다.

프랑스는 노조 조직률이 10%에 불과하지만 조직화되지 못한 대다수 사업장 노동자가 단체협약을 적용받고 있다. 노동조합의 포괄 범위가 산업·지역별로 돼 있고 노사 간에 맺은 협약이 교섭 당사자 이외 동종 업종과 지역으로 확대 적용되기 때문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프랑스에서 50명 이하 근로자가 일하는 기업이 10곳 중 9곳에 이르나 이들은 (산별노조에 의해 자신들의) 노동권으로부터 소외돼 왔다”고 지적했다.

개혁안은 과도한 복지도 줄였다. 부당 해고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퇴직수당을 최대 20개월치 급여로 한정했다. 20개월치를 받으려면 30년 이상 근속해야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지금은 한도가 없어 소송 등을 통해 퇴직수당 규모가 결정되고 있다. 부당해고에 관한 소송 기간은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개혁안은 산업·업종별로 다르게 책정되는 각종 수당도 회사 측이 근로자와 협상해 결정할 수 있게 했다. 퇴직을 권고할 때는 근로계약 파기 절차를 전체 근로자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개혁안이 시행되면 복수 노조가 있는 기업은 하나의 노조만 인정해야 한다. 회사 측이 채용과 해고, 근로조건 변경 등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고용 유연성이 높아진다.

다만 동종 업종에서 이익이 나면 개별 기업이 적자가 난다 하더라도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 해고가 남발되지 않도록 근로자가 원하면 업무를 의무적으로 재조정(근로자 재배치)해야 한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