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성장하는 세계경제… 고개 들던 한국은 '이상 기류'
한국이 세계 경제 회복에 힘입어 ‘성장 눈높이’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0%로 올려 잡았다. 수출과 투자 호조에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까지 감안해서다.

정부 발표를 전후해 한국은행을 포함한 국내 주요 연구기관도 앞다퉈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한국은행(2.6→2.8%), LG경제연구원(2.6→2.9%), 한국금융연구원(2.8→3%) 등이 3% 안팎의 성장을 점쳤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가득했던 올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들어선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2분기를 지나면서 경기 개선 속도가 눈에 띄게 주춤해져서다. 수출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소매판매도 증가 폭이 줄었다. 2분기 성장률(0.6%)이 1분기(1.1%) 대비 반 토막 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성장세를 이끌던 수출과 생산 투자 효과가 줄고 있는데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조치로 성장의 큰 축이던 건설 투자마저 쪼그라들고 있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이어 북핵 위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경기에 부정적인 재료만 쌓이는 분위기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발표한 올해 3%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일각에선 “추경에 기대 3% 성장을 이룬다 하더라도 재정에 의존한 ‘반짝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한은은 최근 2016~2020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2.8~2.9%로 추정했다. 한은이 2%대 잠재성장률을 발표한 건 처음이다. 지나친 시장 규제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기업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는 게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 구조조정과 시장 개혁, 기술 혁신으로 꾸준히 생산성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