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한중대(강원 동해)와 대구외대(경북 경산)에 문을 닫으라고 통보했다. 서남대(전북 남원)에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연이은 강제 폐교 조치다. 한 해에 세 곳이 한꺼번에 폐교 통보장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본격적인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중대·대구외대 폐쇄 명령…올들어 벌써 3곳
◆대학 구조조정 의지 보이는 교육부

교육부는 23일 한중대, 대구외대에 대한 폐쇄절차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행정예고 기간은 25일부터 20일간이다. 이재력 교육부 사립대제도과장은 “올 4월부터 세 차례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지키지 않았고, (매각 등) 제3의 재정기여자 영입을 통한 정상화 방안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두 대학은 2015년 실시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서남대, 광양보건대, 대구미래대와 함께 최하위 등급(E)을 받은 곳이다. 이들 5개 대학은 생존을 위한 컨설팅과 함께 특별감사를 받았다. 그 결과 각종 비위 사실이 적발됐다. 한중대는 교비회계 횡령액 등 380억원을 회수하지 못한 데다 교직원 임금도 330억원가량 체불한 상태다. 대구외대 역시 등록금으로 충당되는 교비회계를 불법적으로 쓴 사실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는 ‘좀비대학’ 퇴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남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가 의대 인수를 제안했지만 설립자의 횡령액 보전 등 감사 결과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교를 결정했다. 교육부는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하고, 양질의 교육을 기대하기 어려운 대학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원>졸업자…퇴출 경로 마련 시급

대학 구조조정은 고등교육 혁신을 위한 오랜 과제다. 4년제 대학만 202곳에 달한다. 당장 내년부터 대입 정원과 고교 졸업자 수가 처음으로 역전된다. 2013년 63만 명이던 고교 졸업생 수는 2023년에는 40만 명 선 아래로 떨어져 ‘입시절벽’이 불가피하다.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마련해 2015년부터 시행 중이다. 2022년까지 대학 정원을 40만 명으로 2015년(56만 명) 대비 28% 감축하는 게 목표다. 대학을 A~E등급으로 나누고, 부실 대학 등엔 정원 감축 등 제재를 가하는 게 핵심이다. 한중대 등 올 들어 3개 대학에 대한 폐쇄조치를 단행한 건 이런 맥락에서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문제 있는 대학의 퇴출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선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평가 및 제재’ 위주의 현행 방식만으로는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응권 우석대 총장은 “다른 학교와 학부나 과 단위 통폐합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자발적으로 몸집을 줄일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도 “정부 주도의 평가 방식은 대학 숫자를 줄이는 데만 급급하다”며 “특성에 따라 재편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계 대학의 퇴출 경로를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설립자에게 투자 원금 중 일부라도 보전해 주도록 대학구조개혁법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이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잔여 재산 국고 귀속 조항 때문에 문을 닫고 싶어도 못 닫는 일이 꽤 있다”며 “새 법을 만들지 않고, 기존 사립학교법만 손질해도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동휘/김봉구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