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로 하는 뮤지컬’인 창극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를 담고 있는 데다 쉽게 공감할 줄거리가 많아서다. 관람료도 5만원 안팎으로 관광객에게 큰 부담이 아니다. 그러나 창극 공연장에선 좀처럼 외국인을 만나기 어렵다. 창극을 많이 무대에 올리는 국립극장 측은 외국인 관객 수를 묻는 질문에 “시스템상 파악이 어렵다”는 답변만 한다.

관람객 현황 파악은 마케팅의 시작인데,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 관객 수를 어림짐작으로 전해준 적은 있다. 관객 3677명이 온 한 창극 공연에 대해 국립극장 관계자는 “외국인 수는 10명 이하일 것”이라고 했다. 10명으로 잡아도 전체 관객의 0.3%에 불과하다.

국립극장 측은 “한국인이 예매하고 외국인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 파악이 어렵다”고 했다. 전통공연을 주로 올리는 정동극장은 그러나 다른 얘기를 한다. ‘외국인 친구 할인’을 운영하거나 예약하는 호텔·여행사에 문의해 외국인 관람객 수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극장은 상설공연이 없어 외국인 관광객이 적다는 설명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약하다고 공연업계는 입을 모은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러시아 볼쇼이극장도 상설공연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극장 평판이 좋고 공연 일정이 미리 나오면 상설공연이 없어도 관계없다”고 했다.

미국은 뮤지컬, 중국은 경극, 일본에는 가부키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이 있다. 중국은 항저우를 ‘동방의 브로드웨이’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우리는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16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문화콘텐츠 체험에 쓰는 돈은 개별 여행객의 경우 1인당 7.7달러, 단체 여행객은 0.2달러다. 한 끼 밥값 수준도 안 된다.

국립창극단은 프랑스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 원정 공연을 한다. 그러나 이런 이벤트보다 한국 전통문화를 제대로 알리려면 한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을 공연장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창극이라는 훌륭한 콘텐츠를 외국인에게 보여주는 일에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

양병훈 문화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