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의 정치 view] 개혁·감성 행보로 고공행진…문재인 정부 100일 'YS와 닮은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취임 100일을 앞둔 11일 지지율(94일 기준)이 78%(한국갤럽)를 기록했다. 취임 100일 지지율로는 83%를 기록한 김영삼 전 대통령(YS)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권위주의와 거리가 먼 소통과 국민의 눈길을 끄는 감성정치, 진보진영을 결집하는 거침없는 개혁 행보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취임 100일 지지율이 70%를 넘은 건 YS와 문 대통령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62%, 노무현 전 대통령 40%, 이명박 전 대통령 21%, 박근혜 전 대통령은 52%였다. YS와 문 대통령의 취임 초 높은 지지율은 비슷한 정치상황과 무관치 않다. YS는 군사정부를 청산하고 출범한 ‘문민정부’였고, 문재인 정부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촛불정부’다. 국민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전 정권에 대한 반사효과가 컸다.

[이재창의 정치 view] 개혁·감성 행보로 고공행진…문재인 정부 100일 'YS와 닮은꼴'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은 ‘속도전’과 ‘여론정치’로 압축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즉시 청와대 앞길 24시간 개방과 4대강 감사, 국정역사교과서 폐기, 노후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법무부와 검찰의 ‘돈 봉투 만찬 사건’ 감찰 등 각종 개혁 조치를 업무 지시로 신속히 추진했다. 청와대 앞길 개방과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안가 철거, 군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도입 등 ‘국민이 원하는 돈 안 드는 개혁’을 전광석화처럼 이뤄냈던 YS의 개혁과 닮은꼴이다. YS는 문 대통령 개혁 모델로 통한다.

문 대통령의 감성정치도 지지율을 끌어올린 핵심 요소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청와대 참모들과 경내를 산책하고 출근길에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셀카를 찍는 이웃 아저씨 같은 이미지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병원을 찾아 의료보험 정책을 발표하고 소방서에서 소방정책을 제시하는 현장의 감성 정치도 공감을 자아냈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벤치마킹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보고회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부분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사퇴 공세에도 탁 행정관이 건재한 이유다.

문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을 앞세운 여론정치로 여소야대 정국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부자증세와 부동산 대책 등 각종 정책이 논란을 빚을 때마다 여권이 내세우는 게 정책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율이다. 문 대통령이 ‘협치 파기’라는 야당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 근거도 여론이었다.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 판단하는 것은 국민”이라며 여론정치를 공식화한 것은 문 대통령이었다.

이 같은 여론정치에는 함정도 있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지금은 통할지 모르지만 지지율이 하락하면 부메랑이 돼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지지율이 하락해 주요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아지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론은 수시로 변한다. YS의 퇴임 직전 지지율은 6%였다.

여론이 기준이 되면 새 정부 국정운영 기조는 필연적으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여당 의석은 120석이다. 야당 도움 없인 법안 하나 처리할 수 없다.

정치인이 목을 매는 총선은 2년8개월이나 남았다. 여론정치는 통하지도 않을뿐더러 정치 실종만 부를 게 뻔하다. 협치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