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선풍기, LG전자가 생산하는 안마의자. 한국 가전업계를 이끌고 있는 두 회사가 이들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생소하다. TV나 신문 광고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은 물론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가전 매장에서도 찾기 힘들다. 삼성전자의 디지털프라자나 LG전자 베스트샵 등 전용 매장을 방문해야 실물을 볼 수 있다. 직원들에게 “굳이 그 제품을 만드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우리 회사에서 그런 제품도 만드냐”는 반문이 종종 돌아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다른 가전 회사들은 생산하지 않는 선풍기를 OEM(주문자상품부착생산)을 통해 협력업체에서 공급받는다. 삼성전자의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만큼 가격은 8만~10만원으로 온라인에서 2만~3만원이면 살 수 있는 일반 선풍기보다 곱절 이상 비싸다. 삼성전자가 자사 브랜드의 선풍기를 내놓는 것은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겨냥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시스템 에어컨이나 사무용 전자 기기를 공급하다 보면 ‘개인용 선풍기도 함께 살 수 있느냐’는 문의를 자주 받는다”며 “선풍기 자체로는 수익이 크게 나지 않더라도 구색을 맞춰 B2B 시장에서 고객에게 만족을 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2010년부터 안마의자를 생산하고 있다. 처음에는 파나소닉 등 외국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안마의자 시장을 개척하려 했지만 2015년을 전후해 바디프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주도권을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가격도 파나소닉 제품보다 싸지만 바디프랜드보다는 조금 비싸다. 모터가 수십 개 들어가는 안마의자의 제품 특성상 높은 모터 기술력을 보유한 LG전자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바디프랜드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밀렸다.

활로는 기대하지 못하던 곳에서 열렸다. 지난해부터 빠르게 판매가 늘고 있는 공기청정기, 정수기와 함께 건강 가전으로 묶여 렌털 시장에서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필터 관리가 필요한 공기청정기와 정수기처럼 안마의자도 정기적으로 모터를 관리해줘야 한다”며 “LG전자가 제품을 싼 가격에 빌려주고 관리하는 서비스를 대도시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