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승 랠리를 이어가던 국내 증시가 지정학적 리스크, 세법개정안 이슈에 발목이 잡혔다. 증시 전문가들은 조정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실적개선주 위주로 투자전략을 짜라고 조언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7일 "정책 리스크가 부각되고 외국인의 '팔자'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는 추가 조정될 것"이라며 "다만 그 조정폭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400선에 턱걸이 한 채 거래중이다.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2380선까지 주저앉았다. 이후 2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2400선 안착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정부의 세법개정안 및 부동산 대책이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됐다. 지난 2일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대책과 함께 대기업의 법인세 인상, 주식 양도차익 과세 시 대주주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자 투자심리는 급랭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지속될 경우 북한과의 전쟁을 불사하겠다. 수천명이 죽어도 미국이 아닌 한반도에서 죽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어 정부가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투자자들의 우려감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기전자, 운수장비 등 시가총액 대형주를 중심으로 7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결정할 것으로 봤다. 외국인들의 세법개정안에 대한 오해가 일부 해소된 가운데, 북한 이슈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 연구원은 "과거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때마다 외국인들은 강한 순매도세를 나타냈다"며 "대부분의 지표들이 10거래일 내에 이벤트 발생 전으로 회귀했지만 외국인들은 10거래일이 지나도 팔자세를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8개월 연속 상승한 데 대한 부담감을 표출할 것으로 봤다. 그는 "증시는 지난달부터 완만하게 거래량이 감소하는 모습이었다"며 "방향성을 고민하던 시기에 세법개정안, 트럼프 발언 등이 충격을 준 만큼 이를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믿을 건 펀더멘털이 튼튼한 실적주라고 입을 모았다.

최원곤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로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연간 실적 추정치가 지속 상향되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소재업종(화학, 철강 등) 및 은행업종 등 경기민감주로 이익 기대감이 확산되는 점을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이 상향되는 종목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기업들이 예상을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3분기까지 이어질 지의 여부가 중요하다"며 "3분기 실적 추정치가 상향되고 저평가 매력도 갖춘 업종은 정유·화학, 비철금속, 철강, 지주회사, 항공, 은행, 반도체"라고 분석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