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세제 개편안이 나왔다. 법인세율이 결국 최고 25%로 확정됐고, 소득세율도 최고 42%로 올라간 게 주목된다. 대주주 주식양도 차익에도 누진 과세하고, 상속·증여세까지 공제 축소로 세 부담을 높이겠다니 전체적으로 ‘부자 증세’ 기조가 확연하다.

대통령 주재 ‘100대 국정과제 보고회의’를 통해 ‘증세 없는 공약이행’을 확인한 게 불과 2주 전이다. 당시 증세 없이 178조원의 소요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발표한 터라 유별난 속도전으로 마련된 개편안이다. 28년 만에 최고세율이 올라간 법인세나 연 3억원 이상 소득자에게 2%포인트 더 부과하겠다는 소득세 인상안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그대로 정부안이 됐다. 강경파 여당 지도부가 주요 세목(稅目)과 세율의 인상폭까지 결정하고, 정부 주무부처는 끌려간 증세안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해 경제팀 수장으로 셀프 경고한다”는 사과 겸 변명을 했지만 그러고만 넘어갈 일인지 의문이다. 2주 만에 완전히 바뀐 배경, 향후 ‘부자 증세’의 향방과 최소한의 로드맵, 이번 증세로 얻을 공약과제 비용 충당비율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뒤 국민에게 양해와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한다. 조세저항도 우려되지만, 법인세 인상을 문제삼으며 ‘세금 포퓰리즘’이라고 벼르는 야대(野大) 국회의 반대 논리가 만만찮다.

과표 2000억원 이상 대기업 법인세율을 25%로 올리면 일본(23.4%) 미국·영국(15%, 2017년 추진) 독일(15.8%)보다 높아진다. 그러면서 이번 개편안으로 더 걷게 될 세수는 연 6조2700억원에 그친다. ‘일자리 정부’라며 국제경쟁에서 역주행일 뿐 정작 재정 확충 실효성은 의문이다. ‘핀셋 증세’ ‘표적 증세’라는 비판 속에 ‘국민 편가르기’라는 평가가 나올 판이다.

소득 재분배, 양극화 해소, 공정 경제가 강조되면서 ‘국민 개세주의’ ‘넓은 세원, 낮은 세율’ 같은 원칙이 밀린 것은 계속 논란이 될 것이다. 근로소득자 46.8%가 세금을 내지 않는 현실은 공정, 정의, 형평과 거리가 한참 멀다. 기업 증세는 국내 투자기피, 대기업의 분할 및 축소 경영,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고소득 개인 증세도 여러 부작용이 충분히 감안돼야 한다. ‘부자 증세로의 전환은 보편적 증세의 신호탄인가’라는 의문에도 김 부총리가 분명한 답을 내놔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