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가 16일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심사에 본격 들어간 가운데 공무원 채용비 80억원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공무원 1만2000명 추가 채용을 위한 ‘시험 시행 및 훈련비’로 금액은 크지 않지만, 이번 예산 집행에 따라 공무원 증원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경우 인건비로 향후 10년간 4조8000억원, 30년간 21조3000억원의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공무원 증원 예산' 80억 vs 21조…여야, 팽팽한 '추경 수싸움'
더불어민주당은 공무원 1만2000명 추가 채용이 문재인 대통령의 올 핵심 공약이라는 점에서 ‘80억원 삭감’은 야당에 양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번 추경이 국가 재난 수준의 청년실업을 막기 위한 ‘일자리 추경’이라는 상징성에서도 물러설 수 없다. 민주당은 공무원 채용이 행정직이 아니라 국민 안전에 필수적인 현장직에 국한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윤경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 안전과 민생을 위한 1만2000명의 경찰관, 부사관과 함께 보육·보건분야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2만4000개, 노인 일자리 3만 개 등 총 7만1000명 규모의 일자리가 불필요한 자리냐”고 지적했다.

야 3당은 장기 재정 부담을 고려하면 이번 추경에 공무원 증원 관련 예산을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4일 추경안 공무원 채용 시 소요 예산 추산 보고서를 내놓은 데 이어 이날도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때 소요 재정을 추산해 발표했다. 공무원 1만2000명이 채용될 경우 내년 3726억원이 소요되고, 30년간 21조3901억원(5년간 평균보수 상승률 기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석 한국당 의원은 “장기적으로 이렇게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 공무원 채용 예산을 공공부문 일자리 증원의 구체적인 계획 없이 급조된 추경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야 3당이 ‘80억원 편성’에 적극 반대하는 이유는 이번 예산 집행이 문 대통령 공약인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내 1만2000명을 뽑은 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집권 기간 17만4000명을 채용할 경우 30년간 총 271조원이 들어간다. 30년 뒤인 2047년에는 한 해에만 14조8989억원이 소요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공무원 증원 예산을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는 ‘철밥통 예산’으로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날 예산소위는 점심 직후부터 자정 무렵까지 여야 간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어떤 사업을 삭감할지는 결론내지 못했다. 한국당은 공무원 채용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사업, 공공기관 발광다이오드(LED) 교체사업 등의 삭감을 주장했다. 대신 규제프리존법 통과를 전제로 한 사업비 2000억원을 반영할 것을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에 반대하면서 고성이 오갔고 정회와 속개를 수차례 거듭했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소위원회에서 삭감된 게 없고 거의 다 보류됐다”며 “간사 간 협의로 좁혀 논의한다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항의했다. 민주당 소속인 백재현 위원장은 “규제프리존법은 연말(본예산 심의 때)에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맞섰다.

서정환/박종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