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국 런던 아파트 화재, 남의 일 아니다
지난달 14일 영국 런던의 24층 규모 그렌펠타워 아파트 화재로 79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발화지점은 4층 주거공간인데 건물 전체가 불탄 이유는 외장재로 사용된 가연성 알루미늄 복합패널이 화재 확산의 매개체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들 가연성 외부 마감재는 경제적인 이유로 2012년부터 2016년 5월까지 리모델링 때 시공됐다고 한다.

한국은 이런 위험으로부터 안전할까. 2010년 부산의 지상 38층 주상복합건물인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2015년 의정부 10층 아파트 화재 등도 연소 확대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영국 아파트 화재와 비슷한 점이 많다. 이들 화재건물들도 가연성 재료가 외부 마감재로 사용됐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2015년 관련 법령을 개정해 6층 이상 모든 건축물의 외장재 사용 시 준불연재료 이상의 성능을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상업지역 등 특정용도 건물 외에는 외장재의 내화성능에 대한 기준이 없던 2015년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시엔 관련 규정 미비와 외벽을 통한 화재 확산 위험에 대한 낮은 인지도로 고층건물 외장재로 가연성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다수 사용했다. 이뿐만 아니라 도시형생활주택, 빌라 등 특히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주택에 비용이 저렴하고 공사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이 다수 적용됐다. 외벽이 드라이비트로 마감된 건물이 화재에 노출되면 시멘트 몰탈이 탈락하고 가연성 스티로폼을 통해 불티에 의해 쉽게 불이 번질 수 있다.

물론 2015년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모든 건물 외장재를 준불연재 이상의 안전한 재료로 교체하도록 하면 되겠지만 이는 소급입법의 문제가 있고 경제성 측면에서도 매우 비효율적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고민하고 있는 동안 제2의 그렌펠타워 화재가 국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가연성 외장재를 통한 화재 확산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가연성 외장재를 통한 다양한 화재 확산 사례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알릴 경우 남이 아닌 나의 문제로 인식할 것이다. 또 전문기관이나 자체적인 점검 등을 통해 평소 가연성 외장재가 불티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에 한정해서라도 불연성재료로 보강토록 하는 것도 위험을 줄이는 한 방법이다. 건물 보수를 위한 용접작업 시 최고 섭씨 3000도에 달하는 용접불티가 가연성 외장재에 닿지 않도록 불티비산방지포를 사용해야 한다. 소화설비 등을 갖춘 관리자 감시 하에서만 용접작업이 이뤄지도록 관리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위험을 줄이는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평소 위험이 더 큰 만큼 소방시설에 대한 보다 철저한 유지관리도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안전점검 항목에 가연성 외벽에 대한 점검항목을 포함하고 주민 대피훈련의 강화도 필요하다. 화재보험 가입으로 재물손해와 배상책임 위험에 대비하는 것도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

건물 내에 있는 소화기의 위치와 사용법을 알아두자. 또 평소 피난계단에는 장애가 될 수 있는 물건을 두지 말고 피난계단으로의 연기침입 방지를 위해 평소 피난계단 출입문은 닫아두자. 화재안전의 기본만 잘 지킨다면 우리 사회는 화재로부터 보다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다.

김원철 < 한국화재보험협회 예방안전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