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동혁 "내가 고른 피아노로 쇼팽 연주해 행운"
20세기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연주 때마다 자신의 피아노를 갖고 다닌 일화로 유명하다. 공연장에 있는 피아노로 연주하면 일단 익숙하지 않은 데다 소리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대부분의 연주자는 그러나 호로비츠와 같은 기회를 좀처럼 얻기 힘들다.

국내 최고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임동혁(33·사진)이 자신이 직접 고른 피아노 건반 위에서 주특기인 쇼팽 작품을 선보인다. 오는 25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미국 피아노 ‘스타인웨이 D-274’로 리사이틀을 펼친다.

임동혁은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새 피아노를 내가 직접 골랐다”며 “무대 분위기를 고려해 드라마틱한 소리를 내는 피아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아니스트가 무대에 올라 자신에게 딱 맞는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는 열 번 중 한 번 정도에 불과하다”며 “소리가 제대로 안 나면 노력의 70%밖에 돌려받지 못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쇼팽의 ‘녹턴 27-2’ ‘발라드 1번’ ‘24개 전주곡’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는 “가장 잘할 자신이 있는 곡들”이라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 전까지 이 작품들로 숨고르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진, 선우예권 등 후배들의 잇따른 콩쿠르 우승에도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한국 피아니스트들이 갑자기 잘 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 잘 쳐왔어요. 앞으로도 다같이 잘되길 바랍니다.” 임동혁은 이들에 앞서 콩쿠르 수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일들도 벌어졌다.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에 올랐지만, 편파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수상을 거부했다. 형 임동민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한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선 피아노 안에 조율기구가 들어가 있었다. 아쉬움이 남을 법하지만 “지금 나갔으면 더 안됐을 것”이라며 환히 웃어 보였다.

그는 더 많은 도전에 목말라 있다. 내년엔 슈베르트의 곡들로 무대에 오른다. 그는 “슈베르트 작품들도 쇼팽처럼 노래하듯 연주하는 게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