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남녀가 함께 '볼일' 봤던 고대 로마
고대 그리스 학생들은 당시 학교인 아카데미아에 자주 지각을 하곤 했다.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어 늦잠을 잤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아카데미아 학생들의 지각을 해결할 방법을 찾다가 세계 최초의 자명종을 만들었다.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는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모든 일상에 스며있는 100만 년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저자는 다양한 역사를 발굴하는 영국의 대중 역사평론가 그레그 제너다. 그는 석기 시대인의 충치 치료나 중세의 똥지게꾼, 미국의 비밀주점 같은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상식들을 소개한다.

“우리의 일상은 이미 100만 년 전부터 날마다 조금씩 모습을 달리하며 되풀이해온 것이다. 다만 공기처럼 너무 당연하게 존재해 사소하게 느껴질 뿐이다.”

인간이 처음부터 아침을 하루의 시작으로 삼았던 것은 아니다. 4000여 년 전 바빌로니아인들은 해 질 녘을 하루의 시작으로 여겼다. 지금처럼 밤 12시를 하루의 끝으로 보고 12시간 단위로 낮과 밤을 나누는 습관은 고대 로마 때부터 시작됐다.

지금은 남녀 화장실이 구분돼 있지만 고대 로마 시대엔 그렇지 않았다. ‘포리카’라고 불리는 공중화장실에서 남녀는 함께 긴 벤치에 앉아 점잖게 잡담하면서 대변을 보았다. 그 아래로는 하수도가 흐르고 있었다. 저자는 “역사 자체는 반복되지 않지만 사람의 삶은 반복된다”며 “석기시대 조상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온다고 해도 물로 몸을 씻고, 고기를 먹고, 술에 취하는 이 일상 대부분을 크게 낯설어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서정아 옮김, 와이즈베리, 480쪽, 1만6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